조회 수 374 추천 수 7 댓글 10

사건 후 4일간 마음 정리가 안 되서 밥집을 들락날락하던 병자다.

 

병자들의 글을 읽으며 내 마음이랑 너무 똑같아서 짠하기도 하고, 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병자들을 보면서는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해학의 민족답게 이 상황에서도 개그로 슬픔을 승화시키는 병자들을 보면서 웃기도 했어.

 

그러다가 오늘 문득 바비와 관련된 물건들을 정리하고 싶어지더라. 그 동안은 내 마음 하나 추스리기 바빠서 방치해 뒀었는데 어느 정도는 정리할 힘이 생겼는지.

 

ㅇㅇ!라고 내 이름이 적힌 사인CD부터, 바비 얼굴이 대문짝하게 그려져 있는 담요, 럭키맨 굿즈로 산 케이스..하나씩 정리해 나가는데..

이걸 발견하고는 순간 띵했어.

 

cause we are still young.JPG

 

바비팬이라면 다 알만한 유명한 팬분이 만드신 올해 달력 표지인데, 이 문구가 바비가 직접한 말인지, 노래 가사인지, 만드신 분이 직접 쓰신 건지조차 모르지만 확실한 건 바비가 젊음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는 거. 새삼 기억나면서 와닿더라..

그 동안 배신감과 상실감에 젖어서 잊고 있었는데, 맞아 이렇게나 젊음, 청춘을 노래하던 사람이었지 너.

지금 상황에서 어쩌면 제일 힘들고 가장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가장 많은 짐을 지는 사람은 너겠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아니? 사랑 주고 믿음 준 팬들만 마음 고생하고 정작 본인은 행복하게 살 거 같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나도 그런 생각 때문에 계속 분하고 화났었고 괴로워 했었으니까.

 

그런데 왠지 모르게 저 표지를 보는 순간 확실해지더라.. 내가 아무리 마음 아프고 힘들어할지라도 최종적으로 이 일로 가장 타격을 받는 사람은 너야.

커리어에 오점이 생겨도 네 커리어고, 팬들과 멤버들에게 준 상처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을 제대로 질지 안 질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 모든 걸 안아야 할 당사자도 너, 자유롭던 청년에서 이전의 자유를 만끽하지 못하는 가장으로 역할이 바뀌는 사람도 너, 송두리째 바뀌는 것도 너 인생이니까.

 

분명 너를 많이 좋아하고 응원하던 나로선 큰 타격이 있었지만 너만큼은 아니겠지. 내 인생은 아니니까.

분명히 난 큰 상처를 받았지만 상처가 아물때까지만 힘들어하다가 다시 내 인생 잘 살면 되겠다.

이런 생각에 도리어 고마워?지기까지 하더라고. 상처가 아물고나면 난 오히려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너 덕분에 이런 경험도 해본다.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책에서 나온 개념이 퍼뜩 떠올랐어. ‘타인의 과제’라고, 각자의 할 일과 과제, 영역이 정해져 있고 타인은 절대 그 과제를 대신 해줄 수 없다는 개념인데 전에 한 병자가 말한 극성 부모 비유와도 같은 맥락이야. 그 책에서도 타인의 과제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부모-자식 관계로 예를 들거든. 혹은 말과 주인의 관계라든지. 말한테 물을 먹이기 위해 주인이 우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는 것까지 주인이 해 줄 수 없다는..

 

어찌보면 그냥 내 인생과 바비의 인생을 구분 지어 보게 됐다는.. 그러면서 괴로움이 한결 덜어졌다는..단순한 얘기를 구구절절하게 썼네.

 

이 글을 읽고 걔의 입장을 헤아려 보라고 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병자들을 더 속상하게 할 수도 있을까 싶어서 쓸까 말까 고민하다

혹여나 한 명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하는 마음에 써 봤어.

 

얼마나 마음고생했을까, 제일 힘든 건 너겠지, 그래 네 잘못 없던 일로 해줄게 이런 게 아니라,

제일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은 어차피 걔니까, 응원을 하든.. 여기서 멈추든 우리는 좀 내려놓고 편해지자고..

 

구구절절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많이 힘들겠지만 다들 괜찮아졌으면..

 

  • ㅇㅇ 2021.08.23 17:33

    계속 심난했는데 병자말이 맞는 거 같다
    미혼때만 할 수 있는 음악을 더 못본다는게 안타까워 슬펐는데 어차피 본인이 감당해야할 문제고, 언젠간 일어날 일이 빨리 온 것 뿐이라고 생각해야지..
    그리고 잘못된 시기로 인해 팀에 민폐 끼치게 된 건 아직 컴백 결과가 나온 것 아니고 (팬덤 흔들어논건 이미 눈에 보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멤버들의 의견인데 멤버들이 이해하고 용서해준다면 나도 어찌어찌 그냥 넘어가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보니 회사가 부디 일 잘해주길 바라게 되네. 바비를 잘해주란 말이 아니라 5명한테 부디 잘해서 애들 앞길 창창하게 잘 열어주었으면

    그래야 나도 바비를 덜 미워하게 될 것 같아

  • ㅇㅇ 2021.08.23 17:40

    나도 제발 회사가 다른 멤버들 잘 해줘서 이번에 진짜 잘 되었으면 좋겠다

    진짜 그거만 바래

  • ㅇㅇ 2021.08.23 17:45

    나도 그게 너무 마음이 불편해서.... 안 그럼 내가 다 죄책감 들 것 같음 ㅠ

  • ㅇㅇ 2021.08.23 18:49

    찬찬히 계속 읽고 있다

    읽을수록 맘이 편안해져 

    고맙다

     

    이번엔 정말 팀이 잘 되면 좋겠다 열심히 응원해야지

  • ㅇㅇ 2021.08.23 19:52

    정말 다행이다

  • ㅇㅇ 2021.08.24 05:52

    그냥 다 잘됐음 좋겠다 

    상황은 이렇게 됐지만

    바비가 실수하고 팬이나 팀에게 잘못한것도 맞지만

    그게 모든부분에 비난받을정도인지 이제 모르겠어

    그냥 팀도 바비도 팬들 마음도 잘 정리돼서 좋은결과있음좋겠다

  • ㅇㅇ 2021.08.24 11:39

    나도다

    뭐라해야하지 다들 그동안에 팀에 크고 작은 사건들에 힘들었던 마음들이 이번에 다 터져서 몰아서 패는 느낌이다

    이것도 안정화를 거쳐가기 위한 짧은 과정이기만을 바란다

    하 근데 선넘게 지 맘대로 해석해가지고 패는거 보면 개빡쳐 ㅋㅋ

    누가 선동하면 거기에 다들 휩쓸려서 맞아 맞아 그랬었어 하는 느낌

     

     

  • ㅇㅇ 2021.08.24 12:38

    언제나 뜨뚜가 동네북인거처럼 잘못이 있든 없든 거론되고 욕먹는거

    정말 화난다

    팀에 다른 사람들이 무슨일 있을때마다 당연하게 뜨뚜는 같이 욕먹고 

    더 욕먹었어

    이번일도 어쩌면 뜨뚜도 예상치못했던 정말 실수였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이걸 김지원이라는 한사람의 모든 걸 다 거짓으로 만들고 범죄자로 몰아가야할 만큼

    질타를 받아야하는건지 모르겠다 

    뜨뚜가 그동안 보여준 모든 모습들을 왜 거짓으로 볼 수 있는건지 난 이해가 안간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잘못도 아니고 뜨뚜 본인이 모든 걸 다 받아내야하는 잘못일뿐인데

    왜 뜨뚜자체를 자기들이 단정짓고 생각하는데로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내고 판정하는건지 

    너무 속상해

  • ㅇㅇ 2021.08.24 12:58

    사실 필요 이상으로 빌미를 제공한 것도 꽤 있고 규격에 맞지않는 사람은 원래 더 두들겨 맞는거더라 아주 운이 좋거나 아주 강하지 않으면 다르다는게 흠이 되곤 하잖아 우리사회는

    너무 마음에 담지마라

    모든게 모여서 나온 결과니 누구 원망할거 없다 싶다

    견디고 스스로 잘 하는수밖에

  • ㅇㅇ 2021.08.24 13:36

    우리사회에선 다른게 흠이 되곤하니까.. 너무 마음에 담지말라는말..

    뭔가 위로가 되네  그동안 조롱당하는거 보면서 내가 더 상처받은듯 했거든 ㅋㅋㅋ ...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알림 김밥집 문이 열렸습니다 16 2022.04.15 8357 0
공지 알림 김밥닷넷 공지 (ver_2021.06) 12 file 2021.06.23 9619 4
27394 ㅇㅇ 케붕 8 2021.08.25 112 0
27393 알림 서포트를 위해 모금 해줬던 병자들 중 8 2021.08.24 154 1
27392 ㅇㅇ 노래 찾아와봤다 20 file 2021.08.24 164 2
27391 ㅇㅇ 핵뻘글 11 2021.08.24 116 0
27390 ㅇㅇ 오늘은 기분이 좀 괜찮은것 같아 33 2021.08.24 110 1
27389 ㅇㅇ 바비가 위버스에 글 올려줬으면 좋겠다 29 2021.08.24 175 0
27388 ㅇㅇ 혹시 비하인드에서 바비가 흥얼 거리는 노래 알수 있을까? 9 2021.08.23 118 0
27387 ㅇㅇ 오늘의 일기 28 2021.08.23 327 8
» ㅇㅇ 혹시나 병자들에게 도움이 될까봐 10 file 2021.08.23 374 7
27385 ㅇㅇ 비온다 16 2021.08.23 103 1
27384 ㅇㅇ 병자들 어떻게 지내 36 2021.08.23 150 0
27383 ㅇㅇ 뭐야 분명히 수달모닝글 있었던것 같은데 4 2021.08.23 101 0
27382 ㅇㅇ 갑자기 생각났는데 2 2021.08.23 96 1
27381 ㅇㅇ 이제 어느정도 털어내버리즈아! 9 2021.08.23 129 2
27380 ㅇㅇ ㅃ병자들 자냐 8 2021.08.23 97 0
27379 ㅇㅇ 밥집 3,4페이지 누르니까 눈물나 6 2021.08.22 128 0
27378 ㅇㅇ 좀만 더 욕심냈으면 어땠을까 5 2021.08.22 125 1
27377 ㅇㅇ 마지막 브이앱 진짜 마지막을 말하는것같네 20 2021.08.22 170 0
27376 ㅇㅇ 이 병자 댓글 왜이렇게 공감되냐 21 file 2021.08.22 174 0
27375 ㅇㅇ 처음으로 5 2021.08.22 233 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 1407 Next
/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