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또 뜨뚜 이야기가 있길래 물고왔다
수다리는 일기장에서도 뜨뚜를 물고 온다
일기체니까 알아서 읽길 바람
너무 일기니까 일기는 일기장에 고나리 하면 즉시 받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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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무대에 선 B를 보았다.
춤을 추고, 웃고, 노래하고, 또는 멍하게 객석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비트가 떨어지는 곳에 마침표를 찍는 것 같이
명확하게 멈출 곳을 아는 몸이 너무나 신기했다.
부드럽고 연약하게, 가볍게 흐르다가도
멈추어야 할 곳에서는 절벽처럼 단호하게 뚝 떨어지는 손짓과 몸의 선들.
"Beautiful"이라는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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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 쓰니 유튭 띄우는것도 모른다고 한다
복습좀 징하게 해야겠군)
그의 목소리는 깨끗하지도 않고 맑지도 않고 불투명하지도 않은,
별빛들이 바탕인지 겅은 공간이 바탕인지 모를 남색빛 하늘 같았다.
그가 쓴 가사에는 불꽃놀이, surfing, 수영, 물이 자주 등장한다.
화면 속에서 춤추고 뛰노는 그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나도, 그도, 그를 열심히 출력해내고 있는 LCD화면도
다 경계가 없어지는 몽롱한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남색빛 하늘에는
폭발하고 있지만 유유히 빛을 터뜨려서 뜨거울 것 같지 않은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터지고 나서 유유히 퍼지는 불꽃이 B의 동작과도 닮았다.
발 밑은, 나의 몸은, 아니 누구의 몸일지도 분간이 안가는 어떠한 존재의 밑바닥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닷물이 받치고 있어서 딱 적절한 저항을 받으며 어딘가로 미끄러진다.
B가 자아내는 어떤 기운 때문에 서핑이라고는 화면 안에서만 본 나병자도
따뜻한 바닷물 위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알 것 같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고 부서지는,
그리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수면을 타고 나아간다.
이러한 느낌들은 1초도 아닌 순간에 잠깐 나타났다가 영원히 사라진다.
그러나 시간을 단면도로 자를 수 있다면
아마도 여러 겹의 장면이 나올 것이다.
물결처럼 많은 사람들의 머리가 움직이는 객석 앞에서 움직이는 그를 보면
또는 200여명의 팬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일일히 눈을 마주치는 그를 보면
그는 참 많은 세계와 닿아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바닥을 마주댈 때마다
한사람, 또 한사람이 만나 새로운 존재가 되고
그 눈빛이, 까만 심해와도 같은 동공이 서로 만나는 순간
새로운 바닷길이 열린다.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 밖으로 당당히 나와서 자신을 드러내고
어떤 사람들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관습적인 모습 속에서 자신을 단단히 감추고 그 안에 갇혀 살게 되는 것일까.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산다는 것은
어느때라도 용인받지 못할 구석이 드러나게되면
화살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B는 어떻게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살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Young하고 Mean하게. 거침없이 사세요."
이러한 말들은 쉽게 쓸 수 있는 구절이 아니다.
가끔씩 말을 끝내지 못하고 긴 글을 잘 못읽는다는 B이지만
자신에 대한 생각들은 명확하고 풍요롭게 정리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음악에 따라 흐를 때와 멈출 때를 정확히 알고 있는 그의 몸짓처럼.
리뷰는 아묻따 밥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