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셀털 미안하다. 되게 오래간만의 리뷰다. 그동안 개인적인 사정으로 밥집은 항상 왔었지만 글을 쓰기에는 너무 힘든 시기에 몸도 망가져 있어서 그랬었다. 이렇게 셀털하는 이유는 맨날 떠벌떠벌하던 그샛기는 지금 뭐하느라 닥치고 있나 궁금했던 병자들이 있었다고 가정했을 때 혹시 뜨뚜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걱정했더라면 절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절대 식지 않는다 절대 절대로!!!
피 묻은 왕관을 가지러 깨지고 낡은 무기를 쥐고 한발한발 위로 올라가는 그림은 내가 공식 영상에서, 이 게임이 어떤 물건인지에 대해 가장 처음 느낀 이미지이다. 롤을 하지 않는 나 병자가 얼마나 이 게임이 존잼인지 알 수는 없으나 롤드컵 개막식의 화려함과 선수들의 불타는 눈빛들을 보면서 이야 이거 장난이 아니네 싶었다. “They will remember you”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위해 고통과 희열을 반복하는 것은 실제 삶 과도 마찬가지일 거다. 뜨뚜의 리믹스를 제대로 듣기 전에 괜히 들어본 “rise”라는 노래의 원곡은 나에게 어떤 시지프스의 신화같이 피 묻은 왕관을 향해 터벅터벅 힘겹게 걸어 올라가는 굉장히 무거운 느낌이었다.
노래 자체가 그랬다. 마디의 앞 부분은 단어들을 압축해서 강하게 노래하고 뒷 부분은 짧은 단어를 일부러 길게 늘어뜨려 마치 약간 무거운 한쪽 발을 질질 끌 듯이 올라가는 지친 전사의 느낌을 줬다. 이 와중에 숨통이 트이게 한 부분이 뜨뚜의 피처링이었다. 하지만 뜨뚜는 멋대로 노래의 테마를 바꿔 놓지는 않는다. 이 힘겨운 걸음걸이, 피묻은 왕관을 향한 전사들의 노력, 그들의 열정을 리스펙트 하면서 좀 더 위로, 더 위로 그들을 떠밀어 보내는 선택을 한다. 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허스키하고 강렬한 랩톤으로 전사들 위로 좀 더 고통과 중력을 붙여서 이 고된 행로를 더 확실히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아예 분위기를 바꿔서 평소처럼 음의 위 아래로 뛰어노는 롤러코스터 같은 멜로디컬함을 가지고 가볍게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뜨뚜의 선택은 여러가지 중 이것 단 하나였고, 그리고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뜨뚜이니만큼 어떤 이미지인지 확실히 잡고 가기 더 편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예술가가 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는 예술가. 더 화려하게 할 수 있었겠지만 앞 박자의 응축됨과 뒷 박자의 늘어지는 당김을 강조하며 수평적인 빠르기와 느리기, 그리고 박자의 절묘한 쪼갬으로 이 노래를 뒷받침.. 아니 더 날아오르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뜨뚜는 보컬 라인에서 그랬던 것 처럼 한 마디 안에서의 빠르기의 조절 뿐 아니라 전체 벌스의 느림과 빠르기의 구성으로 속도감을 갖고 놀고 있기도 하다. 이런 건 예전에 뜨뚜가 쇼미 두 번째 예선 슈뤠기ㅋㅋㅋㅋ 랩에서 시도했던 것과 유사한데ㅋㅋㅋㅋㅋㅋ훨씬 더 자연스럽게 전체 벌스를 견고하게 건축하고 강약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굉장히 유려했다. 하지만 뜨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은 “천재가 다른 성실한 사람보다 더 많은 빛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특정한 종류의 렌즈를 통해서 이 빛을 초점으로 모은다”고 했다. 바비는 자신이 가진 렌즈로 “Rise”라는 음악 전체의 초점을 새롭게 모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었다. 시지프스의 고되고 반복되는 절룩거림은 다운타운 홍대와 커트 코베인의 “smells like teen spirit”의 새로움을 가지고 온다. 거울 앞의 널 봐 나, 같은 펀치라인도 인상깊었지만 나에게 더 인상깊었던 것은 바비의 메탈이 특히 너바나의 메탈이었던 것이다. 건즈 앤 로지즈도 아니고, 할로윈도 아니고, 익스트림도 아니다. 너바나는 헤비메탈이나 멜로딕 메탈 같은 화려하지만 80년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소 올드한 스타일로 점령되어 있던 음악 씬을 90년대의 그런지와 얼터너티브로 180도 바꾸어 놓은 밴드였다. “우린 메인스트림을 몰아냈어요. 그리고 여러분이 기억해야 할 것은 너바나는 메인스트림에 다가가지 않았고 메인스트림이 너바나에게 다가왔다는 겁니다” 너바나의 멤버 크리스 노보셀릭이 말한다. 피 묻은 왕관을 위해 절룩절룩 걸어가는 여정은 이제 끝났다. 가볍고 시간도 잘 가는ㅋㅋ 카시오를 방패로 삼고 좋아하는 나이키를 신고 달나라로 날아가는 젊디 젊은 용사가 나타난 것이다. 피 묻은 왕관을 차지하든 실패하든 젊은 용사는 어쨌든 무거운 중력에서 벗어나 달로, 우주로 향한다. 나에게 바비 피처링의 “rise”는 이런 느낌이었다. 게임 자체의 무게와 중력을 존중하면서도 맑은 바람을 불러 일으켜 하늘로 향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며 새로운 피를 공급하는 느낌. 정말 좋았다. 정말 정말 정말 좋았다. 오프닝 라이브는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고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피처링이었다. 뜨뚜의 팬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항상 이런 기분이 들게 해 주어서 고마울 뿐이다.
약간 평소 해왔던 리뷰와 좀 다른 느낌이지만 귀엽게 봐주길 바란다ㅋㅋㅋㅋ
병자야 첫문단 읽고 일단 좀 울고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