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쿄세라돔 공연 갔다 오겠다던 병자다 우여곡절 끝에 티켓을 구했고 항공권과 숙박도 어레인지 한 후에 오직 뜨뚜를 보기위해 섬국으로 향했다. 나도 내가 미쳤나 싶었다.
2018년 12월 22일 오후 2시경 굿즈를 사고 어슬렁거리다가 4시 쯤 입장한 후 (원래 입장 시작시간은 3시) 5시까지 뜨뚜가 나오길 기다렸다
계속 뮤비만 나오고 심지어 오이지ㅂㅅㅎ 선전까지 나오는 화면을 멀뚱멀뚱 보다가 드디어 불이 점점 꺼지고 섬국인들이 갑자기 일어나 아이콘배트에 불을 붙일 때 나도 주변을 둘러보면서 주섬주섬 일어나 배트를 들고 불을 켰다. 나는 2층 정면에서 봤고 아마 뜨뚜가 야구선수에 투수였다면 최상의 자리였겠지만 안타깝게도 뮤지션 랩퍼이기 때문에 약간....이 아니라 멀고도 먼 거리였다 쿄세라돔 존나 컸다 나는 면봉 뜨뚜를 보러 온 것인가 잠시 회의했지만 사실 그럴줄 알고 쌍안경을 준비했다. 뜨뚜와 친구들이 나타나자마자 나는 콘봉과 쌍안경을 들고 난리난동을 꽃처럼 피우며 괴성을질러댔는데..... 내 뒤에 있던 한 섬국 형님이 너무 크게 소리를 지르고 뜨뚜 랩 하나하나 다 따라하고 덤블링도 다 하는 바람에 쫄아버렸다. 진짜 무슨 응원단장같이 우어웅우어 소리를 지르며 뜨뚜랩이 나올 때마다 흥분하셨다. 이런 응원단장 섬국형님들처럼 주변에는 의외로 남녀노소 골고루 있고 팬층이 다양한 것 같았다.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응원단장 형님에게 지지않도록 소리를 질렀다. 뜨뚜 남팬이 많이 왔는지 걸쭉하게 바비 바비 하는 소리도 많이 들렸다. 그 이후로는 병자들이 라이브로 들은 것과 같다. 뜨뚜는 죽여줬고 실제로 보니 더 그랬다....고는 말을 못 하겠다. 나는 그 소문에 좋다고 자자한 ㄴㅅㅋ 쌍안경을 챙겨갔음에도 불구하고 내 수전증을 고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수전증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는 렌즈 안의 뜨뚜를 존나 쳐다보면서 멀미를 참으면서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섬국 돔 사운드 진짜 좋더라. 왜 섬국 사운드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콘서트 시작하자마자 사운드가 커지면서 막 선명하고 크고 완전 좋았다. 이 사운드로 뜨뚜 랩을 들었어 병자들아 나는 면봉 뜨뚜와 수전증에 흔들리는 쌍안경 뜨뚜를 보느라 차라리 짹에 올라오는 짧은 영상들을 보느니 못 한 화면이었지만 존나 사운드가 쩔어 사운드가 쩔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아느냐고
꽐라 때 저는 죽었습니다. 사람을 죽입니다. 무대를 뿌셔뿌셔하고 사람 목숨을 위협하는 뜨뚜의 존재감이 그 커다란 쿄세라돔을 압도하더라. 나 그래도 뭐 장비는 없지만 뜨뚜 솔로만은 폰으로 찍기도 하려고 생각했는데 그럴 생각도 날아갔다. 완전 압도당함. 패왕색의 패기가 이런 건가 멀리서 보기에 뜨뚜 겁나 쪼끄매 보이는데 무대를 완전 커버해 버린다 보이지 않는 커다란 발바닥으로 돔 전체를 꾹꾹 밟아버리는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존나 쫄아서 촬영은 커녕 쌍안경도 내던지고 그냥 멍하니 서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응원도 제대로 못했다. 존나 멋있었다. 그게, 뜨뚜 랩 잘 하는 건 모두 알잖아요 그치 근데 그 존재감이 돔 전체에 내려앉는 느낌에 존나 소름돋아서 아무것도 못 했다. 뭔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평온한 세렝게티 평원에서 갑자기 나타난 굶주린 사자한테 물린 멍청한 톰슨가젤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쟤는 저렇게 쪼끄맣게 면봉같이 보이고 나랑 존나멀리 떨어져 있는데 바로 옆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으르르르ㅓ렁소리와 그르렁대는 랩 때문에 목덜미가 다 서늘할 지경이었다. 여러분 꽐라뜨뚜의 미친 존재감과 섬국사운드의 만남은 무지 대단했습니다. 순간 아 나는 이거 보려고 여기까지 꾸역꾸역 왔구나 싶었다. 랩 잘하는 거 말해 뭐해 사실 나는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랩을 선호하지만 섬국어 랩도 진짜 좋았다. 랩을 잘 하는 게 문제가 아니야 무대를 뿌순다는 걸 온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이야 뜨뚜 무대 뿌셨따 하하 하고 단순히 글을 남기던 과거가 한심할 정도였다. 무대를 뿌수는 게 아니라 사람 영혼을 뿌순다고 이자식이.
그 외에 감상을 남기자면, 리더멤과 만담 시간에 겁나 귀엽다고 주변에서 섬국분들이 카와이~카와이~하시던 거ㅋㅋ 뭔가 서툴게 노력할 수록 더 귀여워하시는 것 같았다. 전엔 어떻게했는진 몰라도 이번엔 저 본무대에서 돌출무대 끝까지 걸어오면서 산책한다고 모델 캣워크...는 아니고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데 커여워 죽을뻔했다. 아 왜 걷는 것 만으로 커여운거지. 만담할 때 오사카라서 그런지 칸사이벤을 자꾸 쓰더라 "난데야넹!" 같은 일본 개그맨들이 리액션 할때 쓰는 말이라든가 그리고 오사카 사람들에게는 개그맨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리액션이 좋다는 평판이 자자해서 모르는사람이 지나가다가 빵야! 하면서 총 쏘는 흉내를 내도 으악! 하면서 죽는 포즈를 취해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거를 뜨뚜가 어디서 들었는지 빵야! 하고 유쾌한 오사카 팬들에게 총을 쏘면서 착한 팬들이 죽는 척 하면서 쓰러져 주는 걸 즐겼다. 팬들도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나중에 매우 즐거워하더라. 뭐 이런 지역적인 소소한 이벤트 같은 게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생일파티. 나는 뭐 그래도 생일이니까 뭔가 언젠가 무엇을 할텐데 하고 계속 기다렸는데 거의 마지막쯤에 나오더라. 뭐 짹쨱이나 그런데서 영상이 많이 뜬 것처럼 뜨뚜 케이크는 뜨뚜가 그린 자기 캐리커쳐가 장식되어 있었고 그걸 걷어내고 기다렸다는듯이 자기가 머리를 박더라. 근데 처음엔 크림이 많이 안 묻어서 되게 신기해 했다ㅋㅋㅋ 그러자 뜨뚜가 자기 손으로 크림을 치덕치덕 얼굴에 발라서 수염을 만들어 버리고 케이크를 먹고 사진을 찍고 난리가 났었다. 그때 나는 내 코닉봉을 떨어트려서 찾느라 제대로 못 보고 있었지 ....... 하지만 어차피 멀리서 면봉이나 수전증 쌍안경으로 보는 대신 짹에서 올라오는 영상들이 더 선명하고 좋았다ㅋㅋ 그냥 그 장소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내 해피버스데이가 뜨뚜에게 합창의 형태로 전달되었다는 게 뿌듯했다. 뜨뚜 생일이라 미친셈치고 다 질러버린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들어줬다. 내심 자기도 무대에서 생일파티 해보고 싶었나보다ㅋㅋㅋ다른 멤버는 자주 하는데 자기는 처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자기 케이크가 제일 맛있다고 우겼다ㅋㅋㅋ 커여운 샛기ㅎㅎ 얼굴 그러고 다음곡 할 수 있겠냐고 다른 멤이 그러니까 할 수 있다고 해놓고 다음 곡 할 때는 계속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더라ㅋㅋㅋ 그리고 그 닦은 수건을 그라운드석으로 던져주셨다 크흡 뜨뚜 얼굴에 묻은 케이크의 크림이 잔뜩 묻은 수건은 누군가가 득템했겠지.
그 외에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모르겠다 기억이 명확하지가 않다.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충족감이 있었고, 꽐라 무대는 진짜 잊지 못 할 것 같고 아 맞다 그리고 취향저격이라든가 나지막하게 노래할 때 뜨뚜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감미롭게울릴 때 막 오장육부가 좋아서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울림이 근사했다. 내가 럽앤폴 앨범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는데 꽐라 같은 짐승랩도 좋지만 이런 부드러운 사운드도 너무좋아서 환장할 것같으니까 반드시 뜨뚜는 알아서 이것저것 다 겁나 많이 해서 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순식간에 공연 시간이 지나가서 뭔가 머리가 멍해져서 별로 많이 못 쓴 것 같다. 원래는 에이포용지 열 장 쓰려고 했는데 더 못 쓰겠다. 꽐라로만 다섯 장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존나 쩐다 존나 쩔어로만 가득 채울 것 같아서 차마 못 할 짓 같다. 뜨뚜는 뜨뚜다웠고 근사했고 멋졌다. 콩알만하게 보였지만 또는 지진같이 흔들리게 보였지만 그 생기 넘치는 에너지와 박력과 패기를 보며 한 n년은 젊어진 것 같았다. 여러분 안티에이징 하시려면 뜨뚜 공연 보러오세요 그럼 나병자는 이만
아, 오늘 공연 달린거 보면서 살짝 질투났었다 그냥 오늘것 까지 보고 올걸...했지만 체력과 시간이 안 따라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섬국인들은 공연 때 좌석에 앉는 사람들도 모두 일어서서 공연을 보는 풍습이 있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쉬는 타이밍에는 앉기는 하는데 계속 일어서 있느라 죽을 뻔 했음. 하지만 뜨뚜 때문에 더 죽을뻔 함. 뭐 그랬습니다. 참 즐거웠습니다. 후기 끗.
은 아니고 굿즈 자랑 해야지.
뜨뚜가 프로듀싱한 꼬랑지 굿즈 사왔다. 딸려 온 버튼은 뉴트럴한 표정의 초록색 버튼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근데 꼬랑지를 어디 달고 다니지는 못 할 것 같아서 집에 굿즈박스에 고이고이 모셔 놓았다.
망한 곰탱이 굿즈. 바비곰탱이를 내 코닉봉에 달아보려고 샀는데 한국에서 산 길다랗고 얇은 코닉봉에는 좀 큰 것 같더라. 안 끼워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망했는데 그래도 바비 굿즈니까 기분은 좋았다. 곰탱이는 그냥 보관만하기로 했음.
뭐라고 끝내야 할지 모르겠네. 오늘의 후기는 정말로 끝입니다.
병자 여러분 뜨뚜 무대 실제로 보고 광명 찾고 존재감에 찌부러져보세요. 너무 좋아요. 앙콘때 봅시다.
아직 국내콘만 다녔는데 역시 섬국 사운드가 섬세하고 끝장나는구만
사운드 좋은 환경에서 뜨뚜 라이브를 듣고싶다
후기 고맙고 병자의 병자적 설렘과 흥분과 충족감이 여기까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