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가사관련 글 보다가 생각나는 게 있어서 막 댓글로 달았는데
뭔가 자꾸 길어져서 남의 글에 민폐가 되는 것 같아 그냥 글 하나 쎄움
*뜨뚜깍지쓰인 해석 주의*
본문 분석 4박이 한 마디에 들어가는 4마디 기준
(mute)필요 /없어 이런 /지저분한 /것들
(mute)내 청 /춘을 다 /부숴버린 /적들
(mute)누구는 /그래 예술 /신이 주신 /선물
(mute)내게 있/어썬 그냥 /신의 희망 /고문
(mute)yeah / 내 /청춘-은 /고물 각
박한 세상 /에 나태해/져 가는 내/모습
(mute)yeah / 집중 /했던 많은 /눈 대신
눈 보다는 /시끄러운/잔소리들 /뿐 사람
들은 그래 /예술이야 /말로 아름/다움 하
지만 그걸 /꿈꾸는건 /어리석은 /마음
but / 난 다시/일어난 /다음 시작
할게 꿈을/위한 나의/무의미한 /싸움
1. 플로우 변화와 내용에 다른 기승전결의 흐름
기: (필요없어~ 희망고문 까지)는 정박으로 시작 안 하고 킥드럼 시작할 때 뮤트 주면서 박자에 밀리는 듯 하는 부분은 내적 성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담아냄
승: (yeah부터 잔소리들뿐) yeah 하고 뮤트 주면서 시작하는 부분이랑 정박으로 시작하는 부분이 섞이는 곳은 현재 자신의 절망적인 위치와 외부의 시선과의 대립을 나타냄
전: (사람들은 그래 예술이야말로~어리석은 마음) 정박으로 박자를 이끌어가는 부분. 4/4/4/2음절의 반복으로 한 마디에 들어가는 음절의 숫자를 일정하게 하여 리듬감을 살림 -> 예술적 추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부분
결: (but~ 무의미한 싸움) but 에서 살짝 전환을 주고 다시 4/4/4/2의 음절 수 맞춤으로 정박으로 때리는 단호박먹은 플로우 > 자신에게 맞서는 장벽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을 뛰어 넘어 자신의 꿈을 계속 추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출
2. 라임
원문에 깨알같이 맞춘 각운에는 각운별로 색칠해 놓음.
하지만 단순한 각운 외에도 은근히 내적 라이밍을 노리는 구절들이 돋보임.
지저분한 것들 / 부숴버린 적들
-> 이 부분에서 것들/적들의 뚜렷한 각운이 돋보이는 와중에 지저분한, 부숴버린 이 부분은 뚜렷하게 라임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음 ㅂ과 밭침 ㄴ의 사용 + 일정한 각운의 효과로 내적 라임 효과가 도드라짐
신이주신 선물 /신의희망 고문
-> 이 부분에서도 신의/이 + 선물/고문 이런 형태의 다음절라임을 형성해서 깨알같은 리듬감
어리석은 마음 /일어난 다음/ 무의미한 싸움 -> 여기도 밭침 ㄴ 다음에 마음/다음/싸움의 각운맞춤으로 유사한 리듬감 형성
이렇게 다음절 라임들을 깨알같이 다 노리면서 가사의 내용적인 면도 놓치지 않고있음.
형식적 아름다움과 동시에 의미의 풍부함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뜨뚜의 리리시스트적인 면모가 돋보임.
3. 의미 심화
롤링인더딥 가사 자체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상대에 대한 애증이 범벅된 애절하고 고통스러운 가사인데 이런 곡 컨셉을 연인관계의 비극이 아닌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와 좌절이라는 상황으로 살짝 틀어서 원곡의 처절함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와중에도 희망적인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가사. 곡 컨셉의 대한 이해과 그것을 활용하는 센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음.
또한 가사에 현실 vs. 이상의 대립에서 오는 좌절을 담아내더라도 단순하고 피상적인 느낌으로 훑고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뜨뚜는 이런 고뇌를 더 깊게 파고들어가 삶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고찰을 드러내는 것 같아 놀라움을 주는데 특히 아래 구절을 보면 그러함
예술이야 말로 아름다움
하지만 그걸 꿈꾸는 건 어리석은 마음
but 난 다시 일어난 다음
시작할게 꿈을 위한 나의 무의미한 싸움
이 부분은 마치 장자 양생주편의
吾生也有涯(오생야유애) 우리의 삶은 언젠가 종말이 있으나
而知也无涯(이지야무애) 지식은 끝이 없다.
이 구절을 연상시키는 듯.
한정된 삶을 가진 인간이 한정적이지 않은 무한의 미와 예술을 추구하는 것의 허무함 어리석음을 인지하면서도
그 구도의 길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유의미한 행위일 것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서
이 "무의미한 싸움"을 계속 하겠다는 희망적 태도가 돋보임.
즉 뜨뚜는 이 구절을 유한한과 무한함의 대립에서 오는 허무 혹은 좌절로 끝내지 않고, 오히려 꿈을 추구하는 구도자로서의 인간에 포커스를 전환시킴으로써
무의미에서 유의미로 넘어가는 미적 추구의 과정 자체에서 파생된 또 다른 미의 탄생이라는 기적같은 순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