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이 없어서 스스로 떡밥을 만들기로 했다
너무 바비 본 지 오래돼서 롱탐노씨나 다시 듣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존나 좋은 랩이라서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짚어보고 싶었음.
나한테 롱탐노씨의 랩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음보율과 음수율을 이용한 전통적인 한국 서정시 운율에 다음절 라임을 접목시켜서 엄청나게 시적인 플로우와 리듬감을 주었던 부분인 것 같음.
A /(rest)너 같은/ 사람은 너 / 하나 밖에 /없더라 3/4/4/3
B /(rest)가진 게/ 없어도 더 / 할게 하나 /없더라 3/4/4/3
C /(rest) 근데 /(rest)내세/ 상을 자꾸 /멈춰 나 네 (2)/2/4/4
D /가 없을 땐 /내 주위엔 /꽃이 하나 / 없더라 4/4/4/3
A 라인부터 D 까지는 중간(C) 에 변화를 살짝 주면서 긴장감을 주는 3.4.4.3의 음수율, 4음보의 서정시와 같음.
근데 그냥 음수율 음보율을 맞추면서 계속 같은 리듬으로 나열하면 운율감은 생겨도 좀 지루해질 수가 있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 C 부분에서 살짝 변화를 주면서 안정된 틀 안에서의 긴장감을 부여해 그루브감을 줌.
여기서 잠깐 라임으로 리듬감을 주는 것과 음수율/음보율로 리듬감을 주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라임을 비트의 4박자 리듬의 킥이나 스네어 부분에 꼭꼭 맞추는 경우 박자의 안정적인 틀을 형성하기 때문에 랩으로 리듬감을 줄 수 있음. 이때 4박자 안에서 각 마디에 들어가는 음절 수는 래퍼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틀을 구성하는 라임에 강조를 잘 주어서 형태를 살려준다면 얼마든지 변화무쌍한 음절 수로 박자감을 줄 수 있음. 그래서 라임이 중요한 거임.
음수율 음보율은 언어영역시간에 배웠듯이 글자수나, 글자수를 띄어 읽는 방식을 맞춤으로써 리듬감을 형성하는 건데 라임 없이도 주어진 박자의 틀에 반복되는 음절과 띄어읽기를 맞추면서 리듬감을 형성할 수 있음. 한국 MC 중에는 UMC가 이런 식으로 리듬감을 형성하는 래퍼로 유명했고 이런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라임 때문에 억지로 만들어내는 말도 안 되는 가사를 쥐어짜기보다는 말이 되는, 스토리텔링이 되는 가사를 쓰고 랩을 할 수 있어서 내재율과 스토리텔링적 측면에서 나름 인정받긴 했음.
하지만 음수율과 음보율만을 강조할 때 라임 없이 고정적인 리듬감은 형성할 수 있어도 글자 수(음수율)나 띄어 읽는 단위의 수(음보율)를 맞추는 것 만으로는 그 리듬감이 좀 단조로워질 수 있음. 반면 라임만 너무 강조할 경우에는 위에도 잠시 언급했듯이 억지로 라임 맞추느라 말도 안 되는 말을 랩이라고 갖다 붙이는 경우도 생기는 게 문제. 암튼 한국의 라임논쟁은 UMC와 VJ 가 박터지게 싸운 이후로 서서히 이 음보율/음수율과 라임을 적절히 혼용하는 식으로 랩이 발전했다고 알고 있음. MC메타나 다른 엠씨들 같은 경우에 이 둘 모두를 이용해서 라임을 형성하기도 했고. 다른 엠씨들도 많이들 그랬을테고
근데 내가 이 뜨뚜의 랩에 신선함을 느낀 건 음수율/음보율로 서정적인 리듬감과 플로우를 구성하면서 이 플로우를 담을 틀이 되는 라임을 그냥 단순하게 끝에 박는 라임이 아니라 다음절 라임으로 형성해서 확실하게 구조적으로 안정감을 줬던 점임. 이를테면
너 하나 밖에 없더라
더 할게 하나 없더라
꽃이 하나 없더라
이렇게 다음절 라임으로 4 행의 구절을 단단하게 구조화 함
그런데 이 잘 짜여진 라임의 구조 안에서 음수율 음보율 말고도 첫 번째 마디 킥드럼 들어갈 때 rest의 반복과 변화를 통해 flow의 변화를 그리고 있음. rest는 들어가야할 킥이나 스네어의 박을 비워두는 방식인데 라임을 "채움"이 아닌 이런 "비움"의 작업을 통해 또한 리듬감과 긴장감을 형성할 수가 있는 거임. 뜨뚜는 이 부분에 rest를 A, B, C 시작점에 넣음으로써 플로우를 부각시키는데, 이런 변화무쌍한 플로우는 그냥 무뜸금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다음절라임으로 박히는 안정적인 구조 안에서 흐르면서 운율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형성함.
이 부분을 정리하자면 1. 음수율/음보율, 2. 다음절라임 3. rest를 통한 구조적인 다양성과 안정감을 주면서 래핑을 살린 탁월한 랩메이킹이라 할 수 있음
덧붙여 가사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에는 덧붙일 필요 없이 다들 알 거라 생각함. 네가 없을 땐 내 주위에 꽃이 하나 없다고ㅠㅠㅠㅠ
롱탐노씨의 이 서정성은 이 부분 랩의 구조적인 아름다움과 내용적인 아름다움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함.
그 다음 부분은 그냥 간단히 말하겠음 너무 길어져서ㅠㅠ
다음 부분은 특히 박자를 살짝씩 밀고 당기면서 주는 그루브감이 돋보임. 박자를 정박에 딱딱 박지 않고 연주할 때 살짝 살짝 밀고 당기는 걸 흔히 싱코페이션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역시 주어진 네박자의 틀에 규칙적인 운율감이 형성될 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걸 off beat로 긴장감을 확 주면서 형성하는 그루브감을 위해서 넣는 거라고 보면 됨. 근데 이게 아무나 막 잘 되는 건 아니고ㅋㅋㅋ 특유의 박자감이 필요함. 왜냐면 정박이 아니라 엇박으로 박을 때 정박과 엇박의 구별을 확고하게 주고 유려하게 흐름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그냥 엇박을 하는 게 아니라 존나 박치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임.
kick snare kick snare
E /(rest) 롱- /타임 노 /씨 너를 /향한 손
F / 짓 바라 /보는 눈 /빛 / 뭔지
E, F에서 플로우: 롱타임노씨/ 너를향한 손짓/ 바라보는 눈빛 이렇게 동일한 플로우로 흘러가는데 이 플로우가 네 마디의 킥 스네어 박히는 마디에 라임이 박혀서 그것에 맞춰 흘러가는 게 아니라 첫번째 마디에 rest를 주고 중간중간 반복적 구조를 형성할 라임을 뜬금없는 부분에 박아서 리듬감을 형성함ㅋㅋㅋㅋ 롱-타임노씨/너를향한손짓/바라보는눈빛/ 이 부분만 떼어놓고 보면 아 끝부분이 라임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위에 마디 나눠서 적어 놓은 곳을 보면 이 라임들이 특이하게도ㅋㅋㅋ스네어마디에서 킥마디로 이어지는 부분에 싱코페이션과 함께 들어간 걸 알 수 있음ㅋㅋㅋ 근데 이런 식으로 변화를 줬는데 확실하게 운율감이 느껴지는 것은, 플로우 끝에 정확하게 라임을 넣어서 한 흐름의 마무리를 두드러지게 한 것, 그리고 롱-타임/노씨/너를향한/손짓/바라보는/눈빛 이렇게 4.2조의 음수율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구조적인 기반을 다져 놓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리듬감과 동시에 멜로디컬한 유려한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음. 라임도 그냥 라임이 아니라 XXXX/OO이런 식의 다음절 라임이라서 더 명확하게 안정적인 운율 위에서 뛰어 노는 유려한 플로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음.
G / 중심에 /있던 네가/추억에잠겨/버린 후 다
H /시 네 앞에 /서기까지 /노력했어 /늘 다시
I /본다는 사 /실에 내 /맘은 자꾸만/- (설레) 네이
J /름이 입에 /뱄어 온종 /일 네 얘길 / (꺼내) 아돈
K /원 노/바디 엘/-스 / 시간을
L /달려왔어 /베이비 좀/만 기다-/-려
G, H, I: "뭔지" 를 흘리듯이 뱉고 이어지는 부분 '중심에'에 강세를 주면서 새로운 플로우 시작함.
이 부분에는 자음 시옷에 포인트를 주며 각운을 이용한 리듬감을 형성함. 중'심'/ 다'시'/ 네 앞에 '서'/ 사'실'/ '설'레 이렇게 라임을 주는데 이때 이 라임들이 스네어 정박에 박히는 게 아니라 어수선하거나 그냥 묻히거나 할 수 있었는데 바비는 랩을 할 때 자음 시옷이 들어가는 음절에 확실하게 강조를 뙇 주어서 라임을 부각시킴. 그냥 "중심" "다시" 하고 읽는 게 아니라 중"씸" 다"씨" 이런 식으로 라임을 박아야 할 곳에 팍팍 박아서 운율감을 형성하는 거. I 행의 마지막에 "설레"도 마찬가지로 "설"에 포인트를 확 주면서 라임감을 주는데 사실 이 "설레"는 앞의 자음 시옷 라임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다음 행의 "꺼내"와 모음 ㅓ/ㅐ의 라임을 형성하는 것이기도 함. 설레/꺼내는 그냥 앞부분처럼 단어의 한 음절에 강조를 넣어 라임을 이루는 게 아니라 두 음절의 모음을 기반으로 형성한 라임이라 앞부분이랑 다르지만 좀 더 분명한 라임을 형성하는데 이 부분 때문에 I 행과 J 행의 플로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효과를 가져 옴.
J, K, L: 라임 설레, 꺼내로 리듬감을 주면서 G-H-I의 플로우에서 자연스럽게 K-L의 플로우로 이동 마지막 부분은 특히 박자를 확확 밀어서 아쉬움과 간질간질하고 변화무쌍한 리듬감과 긴장감을 주고 있음ㅋㅋㅋㅋㅋㅋG에서 J까지 감정이 고양된 듯한 긴박한 플로우로 랩을 하다가 J 끝부분에서 전환점을 주고 K 에서 싱코페이션 주면서 긴박했던 흐름을 정리하고 L에서는 다시 얌전한 정박+끝에 살짝 넣은 off beat로 벌스 마무리.
애새끼 랩이 깨알같아서 벌스 하나 분석하는데 존나 시간 오래 걸린다ㅋㅋㅋㅋ 시벌탱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롱타임노씨 듣다가 이짓거리를 또 하게 됐는데 들으면서 존나 빡쳤던 게 존나 좋은 랩으로 설레게 막 롱탐노씨 오랜만이야 하고 인사하고 갑자기 또 쑥 들어가서 감감 무소식ㅋㅋㅋㅋㅋㅋㅋ야 시발 장난하냐!!?????
기승전 깊은 빡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