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렇다. 뜨뚜가 제안하는 패션은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중환자실 병자다.
하지만 현실의 TPO는 맞춰야 하길래 해가 지고 밤이 된 후 맥주 사러 편의점 가면서 뜨뚜 패션을 시도해 보았다.
일단 되게 이상하다. 멀쩡한 바지 다리 넣는 부분에 팔을 쑥 넣어서 빼고 뒤집어야 하는 그런 과정이 되게 이상했다. 뜨뚜도 이랬을까? 청바지를 빨 때 뒤집어서 빠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물이 덜 빠지기 때문에. 하지만 뜨뚜는 과연 오로지 백투더퓨처의 2015년도 패션을 구현하기 위해 바지 다리 부분에 팔을 넣어서 잡고 뺴서 뒤집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지를 입었다. 다리에 느껴지는 바지 외피의 촉감은 의외로 부드럽다, 였다. 청바지였는데 의외로 내피보다 외피가 더 부드럽더라. 이건 뭐 내가 한동안 이 바지를 안 빨아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한동안 안 빤 청바지 그냥 입는 것 보다 뒤집어서 입는 게 더 부들부들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 청바지 단추 채우고 지퍼 올리는 게 좀 성가셨다. 내가 항상 무의식적으로 하던 단추채움이나 지퍼 올림이 낯설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왼손잡이처럼 단추를 채우고 바지 안 쪽으로 왼손을 넣어서 어색하게 지퍼를 올려야 했다. 이건 마치 현실인간이 미래에 여행을 가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느끼며, 근데 익숙함보다 낯설음을 더 크게 느끼는 그런 것 같은 상황이었다.
어쨌든 바지를 다 입고 길을 나섰다. 누가 볼까 좀 쫄렸다. 저새기 바지 뒤집어입고 나왔네!! 하고 손가락질 당하면서 우리동네 반상회 때 통장 아줌마가 바지 안 뒤집어입기 운동을 제창하실까봐 두려웠다. 사실은 뻥이고 그냥 설렁설렁 나왔는데 아무도 신경 안 쓰더라
이게 포인트다. 사실 뜨뚜가 쁘앱 나오는 정도 되어야 바지 뒤집어 입었나 어쩌구저쩌구 신경쓰지 현실닝겐이 바지 뒤집어 입고 어슬렁어슬렁 나가면 바쁜 현대인은 그거 모른다 왜냐면 자기랑 노상관인 일이니까. 나 혼자 헐 나 바지 거꾸로 입었어 어쩔;;; 이러고 있었는데 아무도 내 바지와 튀어나온 핫팩스런 주머니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따.
나는 어깨를 펴고 맥주를 사 온 후 이 후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뜨뚜는 그렇게 바지 뒤집어입기 운동을 주창하고 나는 그 운동에 동참하면서 의외로 현대인들이 남의 시선에 신경을 별로 안 쓴다, 그러니까 걔네 신경 쓰지 말고 나도 하고싶은 거 걍 하고 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지 한 번 뒤집어 입어봐라
촉감이 이상하게 부들부들하다
그럼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