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아니라고 가사가 존나 좋아서 혼자 아련궁상 떨면서 따라 읽어본 병자들 있냐?
그게 바로 나야ㅋㅋㅋㅋ (나뿐만은 아니길 바람, 그리고)
근데 따라 읽어보다가 깨달았다. 이 가사는 가사만으로도 존나 너무 쩔어서 시발 늪 위에 떨어진 낙엽들 다 내꺼야 다 비켜 하고 미친놈처럼 첨벙첨벙 늪 속으로 뛰어들어서 그놈의 낙엽 죄다 건져내고 싶은 가사지만 이 가사가 단지 존나 쩌는 언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뜨뚜의 랩으로 한 차원 더 끌어올려져 완성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뜨뚜 목소리가 괘쩌는 것도 있지만 이건 제외하고서라도.
그러니까 예를 들면 연극의 시나리오를 읽는 거랑 실제로 그걸 연기하는 거랑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대사를 연기할 때 그 대사를 잘 살리기 위해서 여러가지 고려사항들을 염두에 두잖음. 예를 들면 특정 부분에 더 강조를 두거나 어디는 좀 더 천천히 어디는 좀 더 빠르게 읽는다든가 음의 높낮이나 톤이나 음량 같은 거나 호흡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모두 그 대사를 잘 살리기 위해서 선택되는 것들이고 베테랑 연기자가 아닌 쪼렙들로서는 그냥 종이에 인쇄된 글자만 읽어서는어떤 방식으로 그 대사를 살려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는 거잖아?
근데 바비는 자기가 시적인 가사를 쓴 것도 쓴 거지만 더 나아가 존잘 연기자처럼 그 시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퍼포밍을 하는 것 같음. 내용적으로 감정이 고조되는 어느 대목에서 특정 언어에 강세를 더 준다든가, 싱코페이션을 넣는다든가, 음의 높낮이를 조절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가사의 의미를 좀 더 훅훅 꽂히게 만드는 것 같다.
일단 가사를 보면
내
밝은 집착/에 눈부셔 /너의 눈을 /감아 주
지를 않기/를 바라며 /뒤에서 널 /잡아 자
랑과 동시/에 내 마지/막 후회로 /남아 바람
과 같이왔/다가 향기/-만 남기지/ 마라
이렇게 대부분 평범하게 마디 시작점에 (굵게 표시한 부분) 강조를 주면서 의미단위로라기보다는 음악적인 단위로 언어를 분절시켜 리듬감을 주고 있는데 이게 꽤나 안정적으로 세 번째 라인까지 이어짐. 근데 마지막 라인 "바람과 같이 왔다가 향기만 남기지 마라" 이 부분에서는 첫 마디에 강조를 주면서 형성하던 리듬의 규칙을 흐뜨러트리고 있거든. 근데 바로 이 부분이 내용적으로 이전부터 차곡차곡 쌓이던 감정이 확 고양되는 부분임. 이 때 앞부분처럼 마디 시작에 강조를 주는 게 아니라 "같"이, "다가" "향"기 "만 남"기지 마라 이렇게 중간중간에 불규칙적인 강조를 넣으면서 익숙한 플로우를 깨트려 긴장감을 확 주는데 이런 긴장감과 함께 그 서러운 감정이 훅 들어오는 것. 존잘 연기자가 극의 클라이막스에 그 언어를 살리기 위해 의도된 대사처리를 하듯이 바비도 극적인 순간을 염두에 두고 그 가사를 살리기 위한 플로우를 구성하고 있는 것 같은 거임.
게다가 여기서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처럼, "자랑" "바람" "같"이 "다가" "향"기 "만" "마"라 이렇게 모음 "ㅏ"에 강조를 훅훅 주어서, 각운으로 줄세우는, 하늘색으로 표시된 외적 라임 ("감아" "잡아" "남아" "마라") 뿐 아니라 파란색 라임군의 내적 라임으로 벌스를 꽉꽉 채우고 있는데 강세와 라임으로 만들어내는 특정 리듬감으로 더 가쁘고 안타까운 호흡을 만들어내고 있음. 그리고 동시에 그 리듬의 강세를 찍는 방식이 좀 변칙적이어서 리듬으로부터 느껴지는 물리적 낯설음이 언어로부터 느껴지는 선득한 상실감과 만나서 아 뭔데 이거 존나 시발 외로운데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네 근데 존나 시발 내 인생 왜이래 하는 고독함을 느껴버리게 되는 거임.
다음 가사도 비슷하게 이어지는데
늪
위에 떨어/진 몇 장의 /단풍잎들 /처럼 지
극히 하찮/은 날 너는 /건질 이유 /없어 바
람이 불면/관통되는 /내가슴 한 /가운데 너
빼곤 채워/놓을 게 없/-어 쌓인 건 /미련
여기는 세 번째 라인 "바람이 불면 관통되는 내 가슴 한가운데" 여기서 익숙한 강세 구조를 바꿔서 감정 몰입을 시키는 것 같음. 여기서 “관”통 “가”슴, “가”운데 처럼 같은 자음 ㄱ와 유사한 모음 ㅘ/ㅏ에 강조를 주면서 내적인 라임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이 라이밍과 강조가 바람도 관통시켜버릴 정도로 텅 빈 자신의 가슴이라는 시적 표현을 애절하게 부각시키는 바람에 이 라인이 막 듣는 사람에게 또 가차없이 훅 꽂히게 되는 것 같음. 그 와중에 마지막 라인의 "채워 놓을 게 없어" 부분은 네 번째 스네어 마디 라인 시작 부분의 각운 (“처럼” “없어” “미련”) 으로 구조적으로 연결시키는 라이밍이면서 동시에 존나 미련넘치는 싱코페이션으로 벌스를 마무리하고 있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유연하게 흐르는 플로우와 함께 애절한 여운을 남기며 채워지지 못 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저 벌스에 괘공감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벌스로부터 전달된 뻥 뚤린 상실감 때문에 계속 이 바비 벌스를 처음부터 리플레이하게 만드는 것 같음.
정리하자면 뜨뚜는 가사도 존나 쩔지만 그 가사를 구성하는 라이밍과 특정 방식으로 발언하는 래핑을 통해 언어에 리듬을 유입시킴으로써 그 시적 언어에 빛을 더하고 있는 것 같음. 그래서 그냥 읽어도 존내 쩌는 가사와 언어인데 원래 사실 그 내부에 음악이 있는, 운율로 이루어진 언어라서 뜨뚜가 플로우로 그 운율과 의미를 끄집어 내면 언어와 음악이 마법처럼 연결되며 총체적인 예술작품으로 완전히 체험되게끔 완성되는 그런 가사가 아닌가 싶다
하고 해투 기다리면서 끄적인 거 다 보고 올림ㅋㅋㅋㅋ
해투보면서 리뷰를 쓰다니 ㅋㅋㅋㅋ 오늘 해투에 대한 설명도 다 들어있구나ㅋㅋ
일단 추천 하나 받아라 병자야
뜨뚜 아니라고 랩 가사가 진짜 보자마자 미쳤다 소리가 나오면서 뭔가 가슴에 훅 치고 들어오는 이유를 제대로 잘 적어준거 같다.
근데 저 가사 좋다고 온 커뮤에서 얘기 진짜 많이 나온다. 신나게시리ㅋㅋ
바비가 저 가사를 병자말대로 가사 뿐 아니라 퍼포밍도 제대로 한거 같은게 바비 랩할 때 숨소리 조차도 랩 같다고 하는 것도 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