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뚜를 직접 대면할 용기는 없고 그냥 기웃기웃 할 맘으로 애당초 포기했던 병자인데
느즈막이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갤 눈팅해보니 아직 인원이 남았다는 희소식?에
갑자기 심장이 콩닥콩닥 을지로4가서 부터 경보를 해가며 도착해
헐레벌떡 명단을 적었더니 30에서 하나 모자른 29... 헐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들더군
뜨뚜 한번 보겠다고 밤새가며 기다린 친구들도 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런일이... 미안하면서도 운명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찌어찌해서 뜨뚜 등장하는데
와우 뭐 그냥 내가 연예인이 올시다야
고개를 획 돌리는 순간에도 뜨뚜밖에 안보여
그 존재감이란... 또 보고도 놀랬다
나오자마자 뭐라고 혼자 계속 얘기하는거 같더니
나중에 보니 그게 브이앱 이었나보다
기분이 무척 좋아보였는데 간만에 팬들 만나서였겠지?
한참을 옷을 뒤적이고 이리저리 활보하더니
싸인을 위해 앉았는데 그 뒤론 팬들에 가려져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드뎌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여 코앞에서 뜨뚜를 보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번은 찍다가 이런 기회가 다신 오질 않을거 같아서
한참을 멍하니 싸인해주며 웃어주며 팬썹하는 뜨뚜를 바라봤다
존잘이더라 자체발광이더라
내가 본 남자중에 젤루 잘 생겼고 섹시했다 진짜다
하얀 피부는 말해 뭣해 콧대 턱선 목젖 모두 서로 뽐내기 바쁘고
무엇보다도 팬을 자신감 넘치면서 또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이ㄷㄷㄷ
그 모습이 오늘 제일 아련하게 기억에 남는다
내 차례가 됐고 미리 적어둔 이름을 테이블 위에 올렸더니
ㅇㅇ? 하면서 너무나 익숙하면서 자연스럽게 싸인을 했다
마지막에 하트를 그리더라 그리고 칠하더라고
어 나한테만 해주는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넋놓고 있는데
뜨뚜 왈 어디 아픈거 아니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뜨뚜가 싸인할 동안 내가 입도 뻥끗 못하고 있었거든
또 나는 대답도 못하고 부끄럽게 웃으며 고개만 절레절레 했다
오다 주웠다 이러면서 선물도 자신있게 내팽개치고 싶었지만
넘나 다소곳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나
뜨뚜 눈도 못 보고 끝날때까지 싸인지만 보던 내게
뜨뚜가 먼저 손을 내밀더라
그 손을 덥썩 잡아도 모자랄 판에 손 깊숙히도 못 넣고 손 끝만 살짝 잡은채
어르신과 악수하듯 한손은 정중히 팔목에...
에라이 이 등신아
전에 내가 뜨뚜 큰 손보고 설레서 그 감촉도 궁금하다 했더니
어느 병자가 터치했어도 기억이 없다는 얘기듣고 의아했는데
내가 오늘 그 꼴이었다 아무런 느낌도 기억에 없다
다신 못할텐데...
에라이
끝내 뜨뚜와 눈도 못 마주치고 말한마디 못한채 나왔다
내가 남자앞에서 그렇게 부끄럼을 타는 인간인지는 이리 오래 살면서도 첨 알았다
집에 오는 내내 죽고 싶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다신 싸인 받으러 안갈꺼다
오늘 꽐라 될꺼야
쓰잘데기 없이 긴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