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째 이 떡밥에 체해 있다
아직 다른 떡밥이 떨어지기 이전이라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예기치 못한 충격
바라던 것-보컬로서의 뜨뚜를 보고 싶다는-의 발단 같은 느낌
마냥 산만하고 신나고 텐션 높을 것 같던 뜨뚜의 성장
이런 것들에 머리가 마구 복잡해져서 글이라도 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병자가 병자라서 그런건지,
200플 이상을 밤새 달리고도 아직도 체해 있는건 병자들도 마찬가지인 건지
증세가 심해서 중환자실로 가야하는 건지 병자들이 검증좀 해주라.
머리가 복잡해져서 의식의 흐름대로 휘갈긴거라
앞뒤 안맞고 그렇겠지만 말이다
"노래를 듣고 우는 사람은 있지만
랩을 듣고 우는 사람은 없잖아요."
한참동안 어린 나이의 객기를 뿜어내고 나서
이제는 우울감이나 쓸쓸한 감정으로 다가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미소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최근의 무대에서 가면을 벗은 뒤에
머리를 털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던 미소가 그랬다.
사람들은 눈웃음이나 밝은 미소라고 했다.
나의 어떤 모습이 그에게서 보였다. (ㅅㅌㅁㅇ)
긴장감, 자의식, 이런 것들이 몰려올 때
어쩔 수 없이 구석에 몰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뱃속으로부터 점점 스멀스멀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은 경직된 떨림,
그것을 단단히 감추기 위해 밝은 웃음을 방패로 내세우기도 한다.
긴장을 에너지로 전환하고 굳어버리지 않으리라는 생존의 몸부림으로 웃고,
더 멋있고 더 강해지려고 한다.
그러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거나
자신의 의지가 긴장과 경직성을 넘어서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자신의 편이 되고
그 에너지가 공기중으로 퍼져 타인들까지 제압하여
자석처럼 무대 위로 사람들의 시선과 정신을 끌어 모은다.
"누구는 그래 예술은 신이 주신 선물
내게 있어선 그냥 신의 희망 고문"
"난 다시 일어선 다음
시작할게 꿈을 위한 나의 무의미한 싸움"
20대를 갓 넘긴 그가 말했다.
그의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상황.
자신이 어떻게 에너지를 쓰느냐의 문제이고,
예술을 향한 꿈, 고문같은 희망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루어내느냐의 문제이다.
무의미할지라도 그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2014년도의 그는 지금의 그보다 훨씬 작았다.
작은 사람이어서, 언제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연둣빛이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F잖아요.'라고 말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든 계속 높아지는 한계를 어떻게 해서든 넘어보려고 했다.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세상에 더 없을 정도로 떨렸다던 그가
그 공포와 긴장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세게,
더 세게.
우뚝 솟으려고 매서운 눈을 밝혔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법한 관객 앞에서 명령을 내렸다.
숨이 차 올라서 더이상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로
호흡이 안으로 먹혀 들어가고 있으 ㄹ때
강한 의지로 목소리를 냈다.
그것은 의지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에 대한 확신,
그 밑에는 자신에 대한 불신도 있었으리라.
무의미한 싸움,
그것으로 불신을 밟고 밟아 확신의 자리를 넓혀 갔다.
무대 뒤에서 물을 뿌리는 연습을 하는 것만 보아도
모든 행동이 어쩌다가 나온 것이 아니라
철저히 확인되고 검증을 거친 것임을 알 수 있다.
"Rap에 대한 나의 진지함. 너네가 알겠냐고."
랩에서는 갖가지 발음들이 산재해 있다.
랩을 매력있게 만드는 것은 그 발음들이 나타내는 개성인 것 같기도 하다.
어느날 한참동안 아무 생각없이 그의 랩을 들었다가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그의 발음과 목소리에는 표정이 있다.
그것을 하나하나 입 밖으로 내어 보고, 테스트하고, 고치고, 또 확인하고 했을
모든 순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나는 랩의 구성에 대해 잘 모른다.
비트, 라임, 플로우, 다 모른다.
그것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나는 넉다운이다.
한 음절마다 느껴지는 그만의 개성 때문에,
이것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
어디에서부터 끝날지 관찰만 하다가
그만 넋을 잃어버리고 만다.
얼굴에서 6개월간을 길을 잃어
기다란 기럭지 같은건 눈치채지도 못했던 것처럼.
(마무리는 나름 드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