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2017.09.29 22:18
티저가 맨 처음에 떴을 때 전주에 반했다.
16개의 음이 불규칙한 폴카닷 무늬처럼 펼쳐져 있는데
마지막 음이 오묘하게 불협화음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물에 뛰어드는 남자와
그가 만드는 부드러운 물의 소리,
그 안에서 들리는 멍멍한 16개의 음들이
내 머리와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고 무한 도돌이표로 돌고 있었다.

알고보니 이런 음악의 장르가 “댄스홀”이라고 했다.
비슷한 음색의 전자음들과 템포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곡을 ‘댄스홀’이라고 규정짓기에는
이 곡에 실려있는 독특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다 담아낼 수가 없었다.

장르의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나는 그냥 나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이 곡을
따로 정의하지 않고 그냥 나의 최애곡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기로 했다.

처음에 남자는 자신을 “쓰레기”라고 정의한다.
이것에서 부터 다음에 나오는 많은 단어들이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쓰레기, 후크선장, 악어백, 주옥같이(ㅋㅋ), 꼴값이라는 표현.
몇몇의 견해로는 가볍고 생각 없다는 비난의 화살을 던졌던 그 표현들이
나에게는 매우 합당하게 들렸다.

사랑을 찾고 싶었던 10대 시절,
방황할 것 같고 비행을 일삼던,
학년주임샘이 소위 “문제아”라고 불렀던
남자아이들을 흠모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가 생각났다.

“쓰레기”라고 자신을 규정한 소년,
이 노래의 주인공은 그러한 소년이다.
(맥주를 마시는 것을 보면 갓 성인이 된 소년이려나.)

그의 세상 속에서는 물질적인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고
예쁜 여자아이들은 그렇게 마음을 팔아 나중에는
꼭 ‘꼴값’을 하기 마련이다.

쓰레기같은 소년이 구사하는 단어의 범주는
딱 그 정도인 것이 적당하다.

악어백이나 꼴값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면,
악어백을 고사하고 에코백을 고수하는 모습에서
순수하다는 것 하나만을 느끼지 않았다면,
이 노래 속 남자의 캐릭터는
아마 이렇게 팔딱거리며 살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주옥같이를 그냥 적나라하게 썼으면
아마도 껄렁거리는 이 소년의 성격이 더 팍! 드러났겠지만
그런걸 요구하기에는 또 욕먹고 방송금지 먹을 것이 뻔하니까
특별히 요구하지는 않겠다.

그런 그 소년이,
자신의 단순한 단어의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의 소녀에게 답답한 듯 절규를 한다.

“Understa——nd my language!!”

이 구절을 부르는 모습은 아마도
핏대가 불뚝불뚝 솟은 목을 길게 빼고 있을 것 같다.
간절함이 하늘에 닿을 듯 하다.


이제 소년은 소녀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 범접할 수 없다고,
나의 더러움이 너를 물들일까봐 지금은 사랑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살금살금 소년이 소녀에게로 다가선다.
더불어 그의 랩 톤도 전의 껄렁대는 톤에서 바뀌어서
살랑살랑거리는 톤으로 바뀐다.

뜨뚜의 여러 곡에서 여우와 밀렵꾼이 등장한다.
뜨뚜는 “나는 달라”에서 자신이 밀렵꾼이라고 말했고
이번 솔로앨범의 다른 곡에서도 여우가 또 등장한다.
나는 뜨뚜의 이런 면을 그만의 설화라고 보고 싶다.
그리고 그 설화들이 서로 연결고리가 되어
더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 프레임을 여러 곡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소녀는 소년에게 사냥을 당하는 여우가 아니라
사람이고, 봄바람이고, 꽃이 피는 곳에 살고, 별것 아닌 것에 미소짓고 행복해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러한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소년은 바뀌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어둠 속에서 게임기와 맥주 두 캔에서
그저 투박하게 얼음처럼 살아왔던 소년이
소녀의 나라로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매우 소녀소녀해서 또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 곡에 나오는 디즈니의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야하는데,
이전 리뷰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었지만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악어’백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
후크선장이 악어를 무서워하고 그 악어를 잡아주던 것이
스트라이프 티셔츠(소위 병자복)를 입었던 ‘스미’였다는 것! (소오름)

그리고 ’나도 심장 있는 사람’ 이라는 가사에서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양철맨(?)이 생각난다.
검색해보니 오즈의 마법사 원문에 양철나무꾼이 심장조각을 넣고
“이제 난 사랑을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한다.

길게 쓰다보니 진이 빠진다
아직 곡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뜨뚜의 발음과 목소리에 대해 쓰지도 못했는데
이제 달리면서 쓰련다.

긴 댓 읽느라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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