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2017.11.02 22:25

기대 라는 말을 들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기대라는 말이 묘하다
내가 다 알아 내가 다 해결해줄게!!!!! 이런게 아니라

니 아픔 나 같은 놈은 이해조차 못 한단다
잡으라고 내민 손은 포근하고 따뜻한게 아니라 까칠하기까지 하다
내가 널 행복하게 해줄게가 아니라 넌 행복할 건데 거기 내가 좀 낑겨도 되겠냔다

내게 기대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기라도 할까
꽤나 견고하게 벽을 다지고 성을 만들고 모든걸 다 해낼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왔고 부모에게조차도 이제는 기대는 사람이 아니라 기대게 하는 사람이 되었다

가끔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는건 그에게 작은 위안을 주고 싶은 순간이었지 내가 위안이 필요할 때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위로의 말들에는 꽤나 무감각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굳은살을 송곳으로 찌르듯이 뚫고들어온 구절이 바로

원더우먼이 강하다 해서
그녀에게 상처를 줘도
된다는 법은 없는데도 말이야

였다

늘 말하던 그 원더우먼

원더우먼이 강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당연히

무엇이든 강해진다는 건, 단련된다는 건 강해지게 만든 요인이, 적이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연시 되는 강인함 알아서 잘하겠지 그쯤이야 껌이지 당연한걸 뭘. 강함을 "인정"하는 차가운 시선들 


사실 연상녀를 주로 만나는 이들에게서 가끔 보이는 보살피지 않아도 되고 알아서 다 하고 말 잘 통하고 편하고 어쩌고 이런 것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그냥 내 병이다 늘 최악의 상황으로 치부해놓고 그게 아님을 발견하면서 안도하는 편이라) 저 한 줄로 또 다시 안도한다
아니 안도한다기보다는 마음이 확 풀렸다 김나오는 가을새벽 포차에서 뜨거운 조개탕 국물이라도 한모금 마신것 마냥

뜨뚜는 여성 연인이라는 존재가 가사에 나타날때 늘 한껏 몸을 낮춘다
대체 왜??!!!? 인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지만 늘 지는 슈레기라는 둥
워낙 자학적인 사고가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던지라 크게 놀라울 바는 아닐 수도 있지만
문제는 자학적이고 스스로를 천대하는 주제에 기대란다 까칠한 손이라도 잡으란다 이건 대체 어떻게 가능한 긍정성이냐고

내가 뜨뚜에게서 갭차이에 발린다는건 바로 이런 순간이다
세상 이렇게 자학적이고 생각많은 놈이 없는데 세상 가장 해맑고 단순하다.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난 이 곡에 기댄다
차마 뜨뚜한테는 못 기대겠지만 이 곡에 기대어 오늘도 흥얼흥얼 고비고비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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