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빱만수르2014.11.08 22:23
나도 일단 연결고리#힙합 먼저

전체적으로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임팩트 있는 좋은 무대였음. 중간에 비트 변화도 있고 락밴드에 브라스밴드에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지만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잘 어우러져서 좋았음. 락을 채용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힙합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았고 극적인 요소와 분위기의 고조를 위해 이용하는 정도에 그쳐서 비중의 밸런스를 잘 맞춘 것도 매우 훌륭.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고 다양하지만 어수선하지 않은 매우 퀄리티 높은 좋은 무대였음.

일리네어 팀 컨셉회의 때 말 나왔듯이 약간의 감동코드를 넣어서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동시에 너무 질척하게 찌글대지 않고 적정선에서 쌈박하게 끝내서 더 좋았던 것 같음. 돈이라는 주제도 그렇고 연결고리 비트 선택으로 인해 생기는 주제의 제한을 발랄하고 건강한 사고의 전환으로 잘 이끌어가는 것도 좋았음. 그래서 초반에 꿈만 믿고 가족이랑 떨어져서 혼자 허슬하는 어린애에서 리듬에 불 붙이는 힙합만수르로의 전환과 함께 젊고 와일드하고 패기 넘치는 바비의 스웩과 간지가 빛나는 멋진 무대였음. 조금 헤비한 사운드에 바비 본인의 경쾌함과 재치가 대비되어 사운드에 묻히거나 공연자가 튀거나 하는 것 없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기가막힌 무대뽕을 창출한 것 같음.

아카펠라 랩 할 때 반주 없이도 적절하게 박자를 타며 그냥 웅변이 아닌 ‘랩’을 보여줬음. 앞에서도 말했던, 좀 질척해질 수 있는 엄마드립 후에 쌈박하게 밥-빠이 하고 웃을 수 있는 쿨함을 동시에 보여줘서 자칫 신파로 흘러갈 수 있었을 아카펠라 부분 처리를 프로 싸닥션 날리는 굇수급 무대매너로 산뜻하게 잘 소화한 것 같음. 쳐야 할 떈 치고 빠져야 할 땐 빠지고 질러야 할 땐 확실히 강하게 확 질러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날려버리는 밀당력과 재치 있는 클라이막스는 언제 어디서나 개 소름. 이어서 아카펠라로 한껏 고조된 긴장감이 밴드 사운드와 함께 폼페이활화산처럼 터지며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는 극적인 고양감이 매우 인상깊었으니 이 어찌 데뷔도 하지 않은 스무살 핏덩이의 마이크에서 나온 무대라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가능하게 할 자는 태어남과 동시에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웩스웩을 외치며 굇수로 태어난 천재스웨거일 것이요 그 원석을 휘황찬란한 보석으로 다듬어내기 위해 매일 피땀 쏟으며 절차탁마한, 방망이깎는 노인 귓방망이 쌔리는 위대한 장인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 역사적인 부흥회 현장에 있었던 관객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내가 본 바로 바비 청년은 무대 위에서 천근처럼 무겁게 끌어들이는 흡입력과 새털처럼 가볍게 날려버리는 위트를 모두 갖고 있음에 분명한 것 같은데, 이런 무거움과 가벼움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많이 보았지만 그것을 한 무대 안에서 몇 초 만에 제 재량으로 휙휙 바꾸면서 마치 우리 인생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한 끝 차이이고 보는 이의 살짝 다른 각도 차이이며 사실 삼라만상의 무게가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듯 인생의 무너질듯 무거운 단면과 솟아오르듯 밝은 희망과, 그 중심에 선 인간의 용기와 재치, 노력과 충실함을 모두 아울러 하나의 찰나이자 영원으로 응집시키는 그 위대한 순간을 창출해내는 자는 여태 보지 못 하였다. 관객과 시청자들이 그렇게 끌린 이유는 아마 이렇게 무대 위의 중력을 좌지우지하며 영혼을 무겁게 끌어당기고 마음을 가볍게 날려버리는 기상천외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가사의 형식적인 측면에 대해서 말하자면: 첫 번째 벌스에서 모음 ㅏ를 이용한 모음운이 딱딱 끊어지는 연결고리 비트와 잘 어우러졌고 경쾌한 플로우의 변화와 함께 객기/패기, 만땅/화상/자랑/빵상, 계속/훼손, 지코/민호/피오/빼고 등의 내적 라임을 적극 채용한 리드미컬한 가사가 돋보였음. 비트가 바뀌면서도 언제/언더, 부심/부신, 없어/걱정/버려/먹어, 이름/기름/리듬, 뒤”집어”/기어/빌어/비명, 견뎌/적셔/넘겨, 돈벌이/목소리/랩머니 등의 in-rhyme의 다양한 사용, 이 라임들을 살리기 위한 강세의 적극적인 활용 덕분에 리릭의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고 있음. 아카펠라 랩에서도 이런 라임들과 모음운의 활용이 돋보이는데, 따윈/차피의 모음운, 4번째 마디마다 꽂히는 일음절 모음운 거/려/서/어, 그리고 우리집/바이지, 아이돌/타이틀 등의 in-rhyme을 배치해 깨알같이 챙기는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보면 바비는 맨날 밤마다 가사만 쳐 써서 라임 챙길 생각으로만 머리가 꽉 차 있는 리릭너드가 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됨.

가사의 내용적인 측면에 대해서,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인간극장st의 안물안궁 일기로 빠지지 않고 패기있고 당당한 포지셔닝이 훌륭한 좋은 가사. 자신을 힙합만수르라고 칭하며 중동 석유부자의 불, 뜨거운 이미지와 활활타는 박자, 석유 만땅, 불 붙이고 태우는 리듬 등의 재치있는 표현을 통해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주면서도 이미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음. 플로우에 변화를 주면서 내용적으로도 점차 고조시키고, 아카펠라에서는 또 감동코드와 쿨한 간지가 적절히 혼합되어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데 클라이막스에서 깨알같이 인용한 드레이크의 started from the bottom이 전체 가사 내용을 아우르는 좋은 펀치라인으로 귓방망를 후려 날려줌. 하지만 얻어 맞으면서도 존나 행복함. 바비야 더 때려줘..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카펠라 바로 전 다다다 내뱉을 때 뛰면서 해서 그런지 발음이 좀 뭉개졌던 점. 그러나 계단을 내려와 방방 뛰고-경쾌하게 돌출무대로 날듯이 건너가서- 바로 이어지는 무반주의 고요함을 극대화시키는 이 치밀한 동선의 절묘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하기 때문에 또 뭐라 하지 못 하겠음.

어쨌든 연결고리#힙합은 내 인생의 무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멋진 무대이고 암일로 홀랑 낚인 나의 영혼을 부랑부랑 김밥병자로 빼박 못하게 김밥 말듯 말아버린 곡임. 초반부터 이 노래 알아? 따라불러! 하고 패왕색의 간지를 내뿜으며 좌중을 압도하는 바비의 모습은 나는 대체 스무살 때 뭘 하고 있었던가 하는 후회와 동시에 이렇게 엄청난 재능이 어디까지 클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고 싶은 기대를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 신세계의 간지 그 자체인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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