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빱만수르2014.11.08 23:40
가드 올리고 바운스

앞의 무대가 너무 레전드였고 짧은 시간에 믹스앤매치를 병행하며 준결승과 결승 무대를 동시에 준비했기 때문인지 연결고리#힙합보다 극적인 면이나 짜임새 면에서 다소 느슨한 듯한 인상을 줌. 그러나 바비 본인이 참여한 훅의 훌륭함과 세련된 비트가 무대를 떠나 음악 자체로서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됨. 특히 짐승이 으르렁대듯 깔리는 불길한 통주저음 같은 프리마비스타의 비트 위에 리드미컬하고 유려한 바비의 훅이 깔리는데, 훅 자체가 주는 와일드하고 자신감 넘치고 세련된 멜로디가, 위험한 느낌을 주며 쫙 깔리는 비트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묘한 균형이 이루어짐. 흑표범처럼 날렵하지만 무게감 있고 위협적이면서도 섹시한, 들으면 들을수록 공들여 잘 뽑아낸 웰메이드 사운드임을 느낌과 동시에 바비의 작곡자로서의 역량을 확인하게 되어 바비뽕 맞고 부랑대다가 쓰러져서 ㅁ친놈처럼 헤헤헹헿 웃으며 무한 리플레이를 하고 싶은 그런 곡이 아닌가 싶음. 얘는 진짜 리릭너드인게 훅에서도 라임을 맞춤. 예를 들어,
내기할래 you’ve never seen a [“맨” “라”잌 “미”] (man like me)
거침없이 살아가 나는 [“매”일 “같” “이”]
이렇게 영어모음 man의 [ӕ], like의 [aɪ], me의 [i:], 한국어 모음 ㅐ, ㅏ, l로 아무렇지 않게 영어랑 한국어로 그것도 다음절 라임 (multi-syllabic rhyme)을 맞추면서 매끈한 멜로디에 리드미컬함을 증폭시켜 청자들을 훅뽕에 취하게 함. 들으면 들을수록 물건임.
이어 가드올리고 바운스! 하면서 가운!데로!위!아래! 하고 딱딱 꽂히는 훅으로 흥을 돋우면서 따라부르기 쉽게, 관객들이 머리 풀고 뛰어 놀 수 있게 판을 깔아 놓는 센스가 이만저만이 아님.

무대는 역시 임펙트와 극적 효과로 가기보다는 힘을 빼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마치 결승전이 아니라 콘서트 끝내고 앵콜곡을 부르는 노련한 가수 같은 느낌이었음. 중간중간 보여주는 미소와 터치와 아이컨택에 처자들과 형아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은데 다들 그날 잠은 제대로 잤나 모르겠음. 중간에 가사를 씹거나 놓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이어가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또한 돋보였음. 아이컨택 하느라 랩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고 웃는데 어쩌란 말인가.

가사의 기술적인 측면: 도입부 비트 딱딱 끊어내는 부분에서는 역시 모음운ㅏ의 활용이 두드러짐. 짝수 마디 마지막 음절에 길/림/날/길 로 라임을 맞추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도 함. Wack/rap, 그림/agree 등으로 깨알 같은 in-rhyme의 적극 활용도 놓치지 않음. 두 번째 벌스에서 이중의미를 이용한 재치 있는 가사도 돋보이는데, “밝히다” 같은 경우, “붉을 밝히다,” “이성을 밝히다,” “성격이 밝다” 등의 동음다의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한 문장에 많은 의미를 담아내 가사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있음. 또한 “물로 보다” “불이다” “불에 태우다” “리듬에 태우다” 등의 물과 불의 이미지, 관용어의 함의 등을 절묘하게 섞어서 감각적인 이미지의 대비와 언어유희적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센스가 돋보임. 이 와중에 포비아/년이야/불이야/놈이야, 열빡치네/건방지네, 무대는 적어/ 목을 걸어 같은 라임과 더불어 “언더부심/다깨부신” 같은 다음절 라임들을 깨알같이 박아 놓는 뜨뚜의 라임에 대한 집착 또한 놓칠 수 없음. 마지막 펀치라인이 또한 개쩌는데, “보란 듯이 너네들을 까는 내 슈팅능력은 즐라탄!” 하고 외칠 때 “까다”에서 분기되는 “슛을 차다,” “비난하다”의 의미 활용,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쩌는 슈팅능력에 자신의 랩 능력을 비유하며 만들어지는 이중의미, 숨가빠/즐라탄 등의 깨알 같은 라임,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인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며 극적인 효과를 빵 터뜨리는 펀치라인으로서의 강렬함을 제대로 선보이고 있음. 이때 계단 위에서 설렁설렁 쪼개면서 랩 하고 이모도 한 번 안아주고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다가 극적인 순간 각 뙇 잡고 세상의 중심에서 이것이 간지다 하고 외치는 대국민 간지 선언을 하며 포인트를 확 주는데, 이런 강약조절이 확실한 무대 연출에 흡입력 개썅 쩔어줌.

전체적인 가사 내용으로는 존못 아이돌강제래퍼들을 향한 광역어그로 같았지만 쇼미더머니3 시즌 내내 아이돌 래퍼라는 타이틀 때문에 배척받고 무시당하고 까이고 실력보다는 빽이나 인기빨로 살아남는다는 오해를 안고 버텨야 했으나, 결국 결승무대까지 진출하며 결국 자기 실력을 증명한 바비 본인의 스토리 덕분에 단순한 어그로가 아닌, 본인에 대한 자긍심에 더 포인트가 들어가는 그런 가사가 아니었나 싶음. 따라서 쇼미3 전체를 마무리 짓고 래퍼 바비의 새로운 도약을 만천하에 천명하고 출사표를 던지는 그런 마무리이자 시작인 무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듬.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계속 기대가 됨. 특히 앞에서도 말한 훅, 멜로디의 그 세련된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랩도 존잘인데 작곡까지 잘 하면 어쩌란 말인가 시발 바비가 만들어낼 음악은 대체 어떻게 얼마만큼 쩔게 휘몰아치는 간지폭풍일까 하고 존나 설레발 떨며, 바비 손에서 떨궈진 음반 한 장의 간지폭풍에 낙엽처럼 휘날려갈 그 날이 오기를,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오기만을 기대하게 됨. 사실 쇼미 이전이나 이후의 믹매 경연에서 선택했던 곡들이 존나 다 내 맘에 들어서 바비의 취향은 옳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아서 더 기대가 되기도 함. 아무튼 마무리 짓자면 가올바는 뮤지션 바비로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보여주고 김밥병원에서 탈출할 문을 존나 가차없이 뿌셔뿌셔해버린 그런 무대였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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