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조회 수 2005 추천 수 8 댓글 16

1. 드립의 시작


캡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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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별헤는 밤의 일리네어&바비


하늘 끝자락에 달무리가 걸린 것을 보니, 내일은 날씨가 흐릴 성 싶었다. 오늘따라 하늘은 유난히 검었고, 동갑은 그 하늘의 한가운데에 박혀 있는 별의 수를 헤아릴까 생각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다 세지도 못할 별을, 세어 무엇 하느냔 생각이었다.


동갑은 평상의 오른쪽 끄트머리에 앉아 있었다. 산기슭에서 불어 오는 바람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선선했고, 무릎의 통증은 여느 때와 같이 아찔하게 동갑의 정신을 흩트려놓고는 했다. 동갑은 그 감각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 날’, 반가울 수 없는 이들을 만났던 날. 이제는 잊을 법도 한 아득한 옛날의 그 어느 날. 그 이후로 어언 삼십 년을 함께하고 있는 아픔인데도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다음 날이 흐릴 작정이면 더욱 쑤시는 것이 이 무릎이었고, 의원에게 보여 보아야 여느 때처럼 혀를 쯧쯧 차며 고약 나부랭이나 처방해 줄 것이 뻔하니 참는 수밖에야.


“형님! 게서 뭘 하시오?”


허리를 구부려 무릎가를 주무르는 동갑의 뒤로 다가오는 그림자는, 근 이십년을 같이 살고 있는 준경의 것이었다. 저치도 허리가 꽤나 굽었구먼, 생각하는 동갑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준경을 괜스레 빤히 바라보았다.


“뭘 새삼스레 쳐다보시오? 감자나 먹읍시다. 꽤나 실하더만.”


“옆동네 문 영감이 준 감자?”


“응, 개량종이라 맛이 괜찮다데. 모양은 좀 이래도…시잠인가, 시잼인가 뭐 그렇다더라고.”


“거 참, 이름도 희한하네. 소금 없소?”


“까다롭기는. 그냥 드쇼, 이 늙은이야.”


쳇, 하면서도 입으로 감자를 가져가는 동갑을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준경은 목을 꺾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 참 씨커멓네. 나이가 드니까 밤이 더 긴 것 같어.”


“언제는 젊었다고. 이미 쭈그렁 할아벙탱이야.”


“거 참. 선황제* 시절에 태어난 사람이면 입 닫고 있으쇼.”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고작 다섯 살 어리면서 말이 많어, 궁시렁거리던 동갑은 무엇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리고 있는 준경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아,왜.”


“그나저나 요즘 옆집 총각은 어째 뜸하네?”


준경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쉰다.


“그 총각 얘기는 왜 해.”


“아니, 자주 오다가 갑자기 뜸한게 그러지. 그 총각이, 이름이 뭐더라? 지원이인가, 노래도 잘하고 그랬는데.”


눈치 없는 영감아, 속으로 내뱉으며 준경이 동갑의 눈을 흐릿하게 응시한다.


“이젠 못 올것이여.”


“왜? 이사라도 갔대?”


“그러면 오죽 좋겄냐, 이 화상아.”


“얌전하고 싹싹하던 총각인디, 무슨 일이라도 난 거여?”


입술을 잠시 잘근, 씹던 준경이 머뭇거리며 그 총각이, 하고 말문을 열었다.


평소에 얌전해 보이던 총각인데, 알고 보니까 강단이 있는 총각이더랬다. 순경들한테 돈 찔러 바치며 빌빌거리는 면장 놈 아들이 요즘 마을 처자들을 건드리지를 않나, 좀 덩치 좀 있다 싶은 놈들 있으면 괜히 부추겨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집안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기도 하는 모습을 도무지 지켜보고만 있지는 못했더라는 것이다. 결국 제가 친형제같이 아끼던 차 씨 집안 사내애가 몇 대 맞고 울면서 돌아오자, 그 길로 그 놈을 찾아가 몇 마디 내뱉더니 끝내는 주먹다짐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게 차라리 없는 집 자식이요, 뭣도 모르는 농촌 무지랭이면 몇 대 맞고 끝났을 텐데, 이 총각이 또 대도시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온 나름 배운 놈이었다는 것이다. 눈꼴은 시지, 워낙 바른 청년이라 건드릴 여지가 없던 차에 일을 친 것이니, 그 끝은 보지 않아도 훤했다. 뼈빠지게 일해서 도시까지 보내 놓았던 부모만 안타까운 노릇이요, 면장 아들에게 단단히 찍혀 어디 징병이라도 당할지 모르는 처지가 된 총각만 불쌍한 일이었다.


“저런……몸은 멀쩡하단가?”


“원체 그 총각이 강골이여서 웬만한 데는 멀쩡한디, 그 망할 놈이 각목으로 다리를 찍어서 금이 갔다나 봐. 당분간 집 밖으로 나오지는 못한다데.”


“쯧쯔-언제 한 번 들려나 봐야겠구만.”


“그려, 감자도 좀 갖다 주고.”


에구, 평상 끄트머리에 주저앉아 있던 준경은 구부정한 허리를 두드리며 몸을 일으켰다.


“난 이만 들어가 잘 텡게, 그릇 물에 담가놓고 들어와.”


“그랴, 자게.”


쯧쯧. 어찌 사람 사는 것이 이리 팍팍한지-동갑은 괜스레 마음 한 구석이 시려 왔다. 그 총각, 참 사람이 괜찮았는디 말이여. 언제 별을 보고서 그러더니만. 자기는 별 세는 것이 좋다고, 오늘 다 못 세면 내일 세면 되는 것이고, 아직 젊으니께-자기는 할 수 있다고 말이여…….


하늘은 여전히 검었고, 동갑은 괜스레, 그 총각의 방에는 창문이 어느 쪽으로 나 있는지 궁금해졌다. 동향이면 좋으련만……해 뜨는 것이 보일 것 아닌가.



*고종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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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글잌ㅋㅋㅋ사라져서 재수정ㅋㅋㅋㅋ


해석과 깨알잼은 병자들의 몫


문씨네 시잼/차씨집안 사내애/면장 놈 아들 이 누구인지 유심히 살펴보며 읽으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1차공연('가'때) 쓴 글ㅋㅋ

  • anonymous 2014.10.05 18:19 (*.*.12.*)
    와 내가 이거 올려달라고 햏던 병자인데 감자감자. 근데 이거 왈케 웃김? 게다가 쓸데없이 고퀄ㅋㅋㅋ 앞으로도 문학적 상상 력 발휘해서 계속 올려줘 ㅋㅋㅋ
  • anonymous 2014.10.05 18:21 (*.*.37.*)
    ㅋㅋㅋㅋ 앞으로도 종종올리겠음 시간날때마다
  • anonymous 2014.10.05 18:23 (*.*.12.*)
    기대하겠음 ㅋㅋㅋ
  • anonymous 2014.10.05 18:26 (*.*.12.*)
    아 그리고 이 글 제목 앞에 전에 올린 글처럼 (뜨뚜 문학선) 붙이면 안되냐? 나중에 검색하기 편할것 가튼데...ㅋㅋㅋ
  • anonymous 2014.10.05 18:37 (*.*.213.*)
    반영함ㅋㅋㅋㅋ앞으로 글들도 그렇게 해야겠다
  • anonymous 2014.10.05 18:40 (*.*.12.*)
    빠른반영 감자하다 ㅋ 근데 네가 올린 글이 갑자기 핸폰으로 안보인다. 제목수정하면서 뭐 눌렀냐? 확인 좀 해바라
  • anonymous 2014.10.05 20:04 (*.*.17.*)
    뭘 누른건지 모르겠지만 사라져서 수정함ㅋㅋㅋ좀 늦었군
  • anonymous 2014.10.05 18:21 (*.*.11.*)
    ㅋㅋㅋㅋㅋ개추머거 다시봐도 존웃
  • anonymous 2014.10.05 18:22 (*.*.12.*)
    ㅋㅋㅋㅋㅋㅋㅋ 병자 ㅈㄴ웃긴다. ㅋㅋㅋㅋ 아까 밑에 글 보고 검색해보려고 했는데 올려줘서 ㄳ ㅋㅋㅋㅋㅋ
  • anonymous 2014.10.05 18:27 (*.*.7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ㅆㅣ밬ㅋㅋㅋㅋㅋ족터지네
  • anonymous 2014.10.05 18:37 (*.*.1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잼에서 빵터짐
  • anonymous 2014.10.05 18:53 (*.*.155.*)
    이 글 진짜 좋았음ㅋㅋㅋㅋ
  • anonymous 2014.10.05 19:56 (*.*.5.*)
    난왜안뜨고난리냐..ㅅㅂ보고싶은데
  • anonymous 2014.10.05 20:04 (*.*.17.*)
    원글병자) 수정함ㅋㅋㅋ
  • anonymous 2014.10.05 20:09 (*.*.5.*)
    고맙다ㅋㅋㅋㄲㅋㅋㅋ존나재밌네ㅋㄲㅋㅋㅋ앞으로자주와줘라
  • anonymous 2014.10.12 23:39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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