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한번은 쓰고 싶었는데 쓰다가 날려서 ㅂㄷㅂㄷ
연휴 맞이 길게 써 봄. 찻내난다면 말해줘 삭제할게.
0. 뚜며들다
첫눈에 반한 적 있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만 보이고
나머지는 흐릿해지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 말이야.
나는 없어. 친구든, 연인이든 천천히 교감하며 가까워지는 타입이거든.
그래서 운명적인 사랑이란 말도 믿지 않아.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
뜨뚜도 첫눈에 반하진 않았어. 쇼미도, 힙합도 싫어했고
그땐 국내가요도 잘 안 들었어. 가올바나 연결고리는 알았는데
그 가수가 뜨뚜인지도 몰랐지. 윈, 믹매는 말을 말자...
신기하지? 이렇게 접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입덕글을 쓰고 있으니. 나도 신기해.
계기는 정말 사소했어. 작년 5월이었거든.
1. 한국말 인사, 오랜만이네요
커뮤에서 오이지 유니세프 콘서트 속 뜨뚜를 본 거야.
세상에 반반 머리라니. 너무 신박하지 않아?
의상도 뒷골목 형님st이라 잘 어울리더라고.
그때 처음 뜨뚜의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됐어.
▲병자들 사이에서 격렬하게 호불호(그마저 불호가 심했던)가 갈렸던 반반머리. 보자마자 101마리 달마시안의 크루엘라가 떠올랐던 나뿐이었을까
그런데 무대 영상 속 뜨뚜의 멘트가 귀에 박혔어.
'한국말로 인사하니까 좋다, 한국어 쓰는 거 오랜만이다.'
알고 보니 1년 넘게 해외투어를 하느라 국내 활동이 공백이었던 거지.
안된 마음도 들었는데, 이날 뜨뚜의 무대 에너지가 좋아서
팀 신곡도 찾아 듣는 계기가 됐어.
그래서 ‘블링블링’은 뜨뚜의 목소리를 처음 접한 곡이었지.
다인원 그룹이었지만 뜨뚜를 찾기란 어렵지 않았어.
허투루 쓴 것 같아도 아다리 맞는 가사와
시원한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래핑은 상상하던 뜨뚜의 모습이었거든.
▲웃으면서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좋아서 자주 본 직캠
2. 럽 앤 폴
돌이켜보면 어려운 시기에
기약 없던 솔로 앨범이 나온 건데
평범한 리스너는 그 무게감을 몰랐어.
‘럽앤폴’의 첫 감상은 ‘덜 여문 청춘의 조각‘ .
그 나이 또래가 가질법한 고민, 좌절, 희망, 사랑 따위의 감정을
엮어 만든 앨범이더라구. 소박하면서 순수하더라.
주연상은 언제든 탈 수 있지만
신인상은 인생에 단 한 번밖에 못 타듯,
스물셋의 뜨뚜가 아니면 못쓸 노래들이었어.
딥하고 강렬한 곡들로만 채웠다면 안전한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뜨뚜의 디스코그래피는 단조로워졌겠지.
한편으론 언젠가 나왔어야 할 숙제 같던 솔로 앨범이 나와서
드디어 진정한 아티스트로서 첫 발을 뗀 느낌도 들었어.
인터뷰에서 그랬나. 예전엔 작업 스타일이 안되면 덮고 다음에 했는데,
솔로를 준비하면서 될 때까지 했다고. 그러다보니 많이 늘었다고.
그래서 뜨뚜의 솔로 2집을 기다려.
지금도 실력이 느는 게 보이는데 얼마나 더 갈고닦아서 내놓을지.
아직도 솔로 1집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데, 2집은 어떨지.
3. 사랑과 인연이 많네, 러브 시나리오
아직 입덕 안 했어. 난 사했병자거든.
분당 팬싸 사진보고 뜨뚜 써치를 시작했어.
지난봄, 분명 뜨뚜의 첫인상은 반항기와 자유로움이 섞였는데
이렇게 청순할 수가 없던 거야.
그 이질감에 다시 보게 된 것 같아.
운이 좋았지. 떡밥 많을 때였으니.
야금야금 가랑비에 젖듯 얼굴을 익히다
정신 차리고 나니 뜨뚜에 흠뻑 젖어버린 거지.
이미 입덕해버린 입장에서
뜨뚜가 무엇을 하든 덕후에겐 포인트가 아니겠어.
그래도 꼽으라면 본업과 마인드를 꼽을래.
가수와 팬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가수가 행복할 때 팬도 행복할 확률이 높겠지?
그래서 노래할 때의 뜨뚜가 가장 좋아.
무대체질이란 무엇인지 뜨뚜를 보고 깨달았을 정도니까.
반대로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노력했을까 싶고.
▲입덕초 가장 많이 본 직캠
인상 깊은 인터뷰를 하나 꼽자면 15직큐가 떠올라.
현재에 안주하면 영원히 신인왕에 머무르지 않겠냐며,
계속 MVP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
그 글을 읽고 무릎을 탁 쳤어.
뜨뚜는 정말 난 놈이자 될 놈이구나.
이게 바로 타고난 재능에만 기대지 않는
‘난 놈’의 마인드구나 싶었지.
4. 마치며
내 딴에는 빈약한 어휘를 동원하여
입덕 계기부터 좋아하는 이유를 쓰고자 했는데 쉽지 않더라.
가볍게 발만 걸치는 줄 알았는데 벌써 가을이라니.
바람 따라 왔다가 바람 따라 가버릴 것 같은 뜨뚜는
알면 알수록 참 예측 불가하지만 아직까진 즐거워.
앞으로 언제나 좋은 일만 있진 않겠지.
하지만 미리 걱정하진 않을래.
나는 내 자리에서, 뜨뚜는 뜨뚜 자리에서 각자 할 일 하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받는 사이로 남고 싶어.
.
스물셋의 뜨뚜만이 럽앤폴을 만들듯
뛰쳐나갈 것처럼 좋아 ‘죽겠는’ 심정의 입덕기는
지금밖에 못 쓰겠지?
길고 긴 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노래해줘서 고맙다 뜨뚜야.
널 알게되서 행운이야. 매일이 행복이고.
완전 감동하며 읽었다
난 어찌보면 뜨뚜가 매스컴에 처음 등장할때부터 재고 따지지도 않고 나도 모르게 입덕해서 여기까지 온 병자인데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순간들을 병자덕분에 처음 마주할때의 초심으로 되짚어본거 같아 글 너무너무 고맙다!
이거 뜨뚜도 보여주고싶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