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혼자 달리다보니 너무 쓸쓸하고 뜨뚜 생각도 많이 나고 해서
시집을 뒤적이다가 익숙한 시를 발견하고 추억 더듬고 싶어 옮겨본다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읍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 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그때 작은 돌멩이를 보고
"이건 마치 나룻배와 같네"
라고 말하는 뜨뚜가 참 특이한 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돌멩이를 보고 나룻배가 연상됐을까
뒤 이은 말도
"나는 행인이고 얘는 나룻배야"
아...
전에 머리에 난 무엇인가를 '제 작은 친구'라고 말했던거처럼
사물도 그렇고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뜨뚜는 남다른거 같아
일차원적이지 않고 여러겹을 거쳐거쳐 다듬어져 나오는 표현같은거,
근데 그게 틈없이 바로바로 입밖으로나 몸짓으로 나온다는거지
또 비행기 안에서 카메라를 보고
"너도 날 떠날거잖아..."
아니 카메라를 의인화 해서 그런 감정을 표현한다는게 정말 범상치가 않잖냐
그런 특이한 점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시키면서
뜨뚜에게 더 큰 매력을 갖게하는 장점인거 같다
어떤 노력을 했을까?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것만으로는 안되는 일인거 같다
여러가지 자라온 환경의 영향도 있고 타고 난것도 있겠지
할머니께서 뜨뚜에게 쓰신 편지 내용을 보고 태가 다름을 느꼈던 것처럼.
아무래도 뜨뚜는 타고난 예술가인가보다
이번 활동에서도 뜨뚜만의 언어표현으로 인해 무한대로 발리는중
부분부분 다르겠지만 병자들도 어디서든 개취로 느꼈을거라 생각된다
그럼 이쯤에서 돌멩이 받고, 시 한편!
돌의 노래 - 박두진
돌 이어라. 나는
여기 절정.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종일을 잠잠하는
돌 이어라.
밀어 올려다 밀어 올려다
나만 혼자 이 꼭지에 앉아 있게 하고
언제였을까.
바다는
저리 멀리 저리 멀리
달아나 버려
손 흔들어 손 흔들어
불러도 다시 안 올 푸른 물이기
다만 나는
귀 쭝겨 파도 소릴
아쉬워할 뿐.
눈으로만 먼 파돌
어루만진다.
오 돌.
어느 때나 푸른 새로
날아 오르랴.
먼 위로 아득히 짙은 푸르름
온 몸에 속속들이
하늘이 와 스미면
어느 때나 다시 뿜는 입김을 받아
푸른 새로 파닥거려
날아 오르랴.
밤이면 달과 별
낮이면 햇볕.
바람 비 부딪치고, 흰 눈
펄펄 내려
철 따라 이는 것에 피가 감기고,
스며드는 빛깔들
아롱지는 빛깔들에
혼이 곱는다.
어느 땐들 맑은 날만
있었으랴만, 오
여기 절정.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하늘 먹고 햇볕 먹고
먼 그 언제
푸른 새로 날고 지고
기다려 산다.
그리고 이건 오래전에 감명깊게 읽었던 책인데
근래에 새책을 사서 보다가 뜨뚜 생각나는 부분이 있어서.
뜨뚜덕에 책 좀 읽네ㅋㅋㅋ
「너 같은 기질의 사람들, 그러니까 강렬하고도 셈세한 감성을 지녀서
영혼으로 느낄 줄 아는 몽상가나 시인들, 혹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우리 같은 정신적 인간보다는 거의 예외없이 더 우월한 존재하고 할 수 있지.
그런 사람들은 말하자면 모성의 풍요로움을 타고난 존재들이야.
그들의 삶은 충만해 있고, 사랑의 힘과 체험의 능력을 부여받은 존재들이지.
그 반면 우리 같은 정신적 인간들은 너 같은 사람들을 곧잘 이끌어가고
다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충만된 삶을 전혀 모르고 메마른 삶을 살게
마련이야. 과일의 단물처럼 넘쳐흐르는 삶의 풍요로움, 사랑의 정원과
예술의 땅은 바로 너희들의 것이지. 너희들의 고향이 대지라면 우리네의
고향은 이념이야. 너희들이 감각의 세계에 익사할 위험이 있다면
우리는 진공 상태의 대기에서 질식할 위험에 처해있지.
너는 예술가고 나는 사상가야. 네가 어머니 품에 잠들어 있다면 나는
황야에서 깨어 있는 셈이지. 나에겐 태양이 비치지만 너에겐 달과 별이 비치고,
네가 소녀를 그리워한다면 나는 소년을 그리워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 중
동시에 나는 어떤부류인지 생각해보게 되네
하나 확실한 건 뜨뚜가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는거
그냥 그거 하나는 알겠더라
쓰는 어휘나 그런게 너무 내 생각의 틀을 벗어나 있어서 이따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옴
항상 앞으로의 뜨뚜에 대해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뜨뚜는 예술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