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뜨뚜말고 바비라고 하고싶네.
바비는 적어도 지금껏 '본'사람 중 가장 낭만적인 이상주의자다.
연예인이란 존재가 피상적이며, 설사 아티스트라할지언정
자신의 스토리를 노래나 연기란 매개체를 통해
스스로를 '파는' 입장 아닌가. 그런데 바비는 카메라와 군중이 만들어내는
물리적•심리적 장애물을 허물고, 가수와 팬,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서려 애쓴다.
콘서트 시작 전, 으르렁대며 공연장 뚜껑을 뜯어버릴 바비를 기대했다.
그런데 8월콘과 다르더라. 예열이 필요해보였다.
작년 여름, 오래간만의 한국 콘서트라 초조한 설렘과
목이 멜듯한 그리움이 밀려왔다면 앙콘은 그렇지 않더군. 반가움이 더 컸다.
어떤 공연이든 최선을 다하는 바비지만, 뒤로 갈수록 집중력있고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래도 아직 100℃가 안됐다. 그 분수령이 첫번째 엔딩멘트였다.
초롱초롱한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렌즈를 꼈다는데 난 면봉이라 식별불가)
허심탄회한 얘기를 하는데 어찌보면 내가 가장 바비를 몰랐던게 아닌가 싶었다.
난 그저 바비를 열정적이며 노래를 좋아하고, 가식을 싫어하는 놈이라고만 알고, 보고싶어했던게 아닐까.
팬들은 자신의 모든 걸 다 알지만, 반대로 자신은 팬들을 한명 한명 기억할 수 없다는 숙명적인 관계를 안타까워하며,
팬과 가장 진실되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콘서트라고하더라. 묵직하게 가슴이 내려앉았다.
가장 가깝고도 때론 먼 거리를 좁히고 싶은 진심이 느껴지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바비는 정말 낭만적인 이상주의자 아닌가하고 말이다.
공연의 클라이막스는 앵콜이었다. 앵콜콘의 백미도 앵콜이었다.
바비는 공연 내내 여기저기 바삐 돌아다니며 본인 파트가 아닐땐
팬들 얼굴을 눈에 담았다. 모두가 즐기는 와중에 홀로 이 순간을 기억하겠다는듯 시간이 멈췄다.
무대를 즐기며 웃는 바비가 좋다. 그 열정과 집중력에 반해 팬이됐다.
그런데 오늘 바비를 보니 형용할 수 없이 먹먹함이 밀려오더라.
금방 녹아버릴 첫눈처럼. 달콤하고 설레지만 돌아서면 사라질 눈처럼.
노래가 멈추고 조명이 꺼지면 방금의 함성소리가 거짓말같기에.
우리가 함께 호흡하고 유대감을 갖는 이 순간은 두 눈으로 간직할수밖에 없겠지.
나는 네 노래와 무대에 갈증이 있었다. 8월 콘서트때도 그랬다.
그런데 오늘 콘서트를 다녀오니 조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너는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바비야 노래해, 나는 응원할게.
고마워. 오늘 정말 행복했다. 네 팬이라 행복해.
정말 팬들 다 알고 싶다고 말할때 정말 감동받았다
어쩌면 마음씀씀이가 진짜 그렇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