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프로젝트 그런거 하면 좋더라
난 올해 뜨뚜 가사 공부에 도움될만한 문구나 시, 소설
수집하려고 함
내가 쓴것도 넣으려는데 몇줄이나 건질지는
지나봐야 알겠지ㅋ
병자들도 교과서에서 봤을테지만
나병자가 오래 좋아하던 기형도 시인꺼 몇줄로
연초에 시작은 했는데
여기저기 소설 문구며 한페이지 겨우 채우는중이라
십년 걸릴각ㅋㅋㅋ
- 빈집(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앗던 밤들아
창밖을 떠 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면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흔해빠진 독서(기형도) 중에서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
- 위험한 가계 (기형도) 중에서
...
6.
그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버지, 여전히 말씀도 못 하시고 굳은 혀.
어느 만큼 눈이 녹아야 흐르실는지.
털실 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그러나 썰매를 타다보면 빙판 밑으로는 푸른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얼음장 위에서도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네모반듯한 불들은 꺼지지 않았다.
아주 추운 밤이면 나는 이불속에서 해바라기 씨앗처럼 동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 모종을요.
보세요 어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소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家系를.
붙들고 있어봐야 내가 답을 못내는 일은
잠시 시선을 돌렸다 다시 보는게 좋더라고
진전이 없는 시기엔 자신을 위한 장기프로젝트 좋더라
병자가 하고 있는 그거 완성되면 나도 보고싶다
책으로 만들꺼냐 만들어서 나만의 책으로 해서 보는것도 좋을거 같고